충남 천안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남기고 사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5일 고 김상연(18) 군 유족 등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11일 오후 7시 15분께 천안시 동남구 자택 자신의 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40여분 뒤 숨졌다.

이후 김군 가방에서 발견된 수첩에는 유서와 함께 3년간의 학교폭력 피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첩에는 학생들이 김군의 외모와 출신지역을 비하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몰래 사진 찍어 누리소통망(SNS)에 올렸고, 함께 밥을 먹던 친구들도 모두 떠나 외톨이가 됐으며, 김군만 제외한 학급 단체 메신저가 운영되는 등 그동안 따돌림당한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따돌림이 특히 심했던 2학년 때 김군이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말부터 김군이 어머니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자, 부모는 이달 4일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하지만 학교에서는 '학폭이 없었다'고만 하며 아이 상담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1주일간 손을 놓고 있었다"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요청했을 때라도 심각성을 알고 대처했더라면 상연이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A 교장은 "김군 사망 이후 내부적으로 조사를 했지만, 담임교사 등은 학폭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학생이 직접 신고하지 않아도 학폭 상황을 인지하면 반드시 신고하는데, 김군의 학교생활 어디에도 학폭 피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군은 사망 한 달여 전인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교내 상담기구 위 클래스(Wee class)에서 상담받았는데 A 교장은 "세 번 모두 김군 어머니가 담임교사에게 요청해 이뤄진 상담으로, 학업과 진로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김군 부모가 담임교사에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는 데 대해서는 "내부 조사에서 담임교사는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군이 숨진 다음 날인 지난 12일 김군 부모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수첩에 명시돼 있는 학생 7명과 3학년 담임교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들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김군의 스마트폰과 노트 등을 토대로 학교폭력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