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 동포 외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도입하기 위해 개최한 첫 번째 공청회에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붙었다. 찬성 측에서는 국내 가사도우미 부족 등을 이유로 즉각 시행을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설익은 제도라고 맞섰다.

○동남아시아 출신 가사근로자 도입

"동남아 가사도우미, 언어·범죄이력 검증"
고용노동부는 25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공개 토론회’를 열어 정부의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시민사회 의견을 들었다. 작년 말 비숙련자에게 발급하는 E-9 비자에 ‘가사근로자’를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정부는 올가을부터 서울시와 함께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근로자를 모집해 서울지역 희망 가정에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시범사업은 100명 규모로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홍콩·싱가포르식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 도입을 검토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방문취업 동포에게 발급하는 H-2 비자 소지자와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만 가사 및 돌봄 분야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중국 동포 중심으로 가사근로자 및 간병인 시장이 형성된 까닭이다. E-9 비자 발급은 이 시장을 중국 동포가 아닌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열어준다는 의미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서비스 이용자와 의사소통이 용이한 국가,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적은 국가를 중심으로 우선 (인력 송출을) 협의하겠다”며 “국내 현실을 고려해 적합한 고용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관련 경력과 지식을 갖췄는지와 연령대, 언어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해 입국 전 일정 시간 이상 취업교육을 거쳐 근무처에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층만 위한 제도 될 것” 지적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장려 효과가 없거나 특정 층만을 위한 제도가 될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조혁진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입한다고 하는데 앞선 연구를 보면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과 유의미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홍콩과 아예 가사근로자에게는 임금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는 싱가포르 방식의 가사근로제도에 대한 우려가 특히 컸다. 이은영 한국YWCA연합회 부회장은 “홍콩과 싱가포르는 노동법 및 인권에 관한 개념이 정립되기 전(1970년대)에 제도를 도입해 노동착취와 성폭력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정 계층만 이용하는 제도가 되면 상대적 박탈감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최저임금에 퇴직금, 사회보험료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데 정부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돌봄 감당 어려워…현실적 방안”

반면 각 가정의 ‘돌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찬성론도 만만치 않았다. 각 가정에 가사도우미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10여 년째 하고 있는 홈스토리생활의 이봉재 부대표는 “가사 서비스와 육아는 굉장히 필요한 기간산업인데 지금까지는 가족 내에서 해결해왔다”며 “국내 근로자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이 필요하고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가사근로자 고령화로 인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2016년 18만6000명이던 내국인 가사근로자는 2022년 11만4000명으로 약 40% 급감했다. 이 부대표는 “이 제도가 ‘만능 해법’은 되지 않더라도 공급이 부족하고 비용이 높은 가사근로자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