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3명 유관기관에 채용…국정원이 수사의뢰
경찰, 국정원 압수수색…박지원·서훈 '채용비리' 수사(종합2보)
박지원(81)·서훈(69) 전 국가정보원장이 재임 시기 유관기관에 측근들을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내 비서실장실과 기획조정실을 압수수색해 인사·채용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경찰은 두 전직 국정원장의 자택에도 수사관들을 보내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이 국정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측근들이 국정원 유관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직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혐의로 수사 중이다.

서 전 원장은 2017년 8월 내부 규정을 바꿔가며 채용기준에 미달하는 조모 씨를 전략연 연구기획실장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8월 추천·서류심사·면접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강모 씨와 박모 씨를 전략연 연구위원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서 전 원장이 전략연 인사·복무규칙을 변경하라고 지시한 뒤 바뀐 규칙을 적용해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인 조씨를 채용했다고 의심한다.

경찰은 조씨 채용 과정에서 서 전 원장이 조씨를 직접 추천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강씨와 박씨는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는 등 박 전 원장과 인연이 있다.

이들은 전략연에 경력직으로 채용됐지만 안보 등 관련 경력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박 전 원장이 재량권을 남용해 기준에 미달하는 측근들을 채용한 것으로 본다.

전략연은 종합 외교안보 분야를 연구하고 분석해 전략·정책을 개발하는 국정원 유관기관이다.

국정원은 전략원에 예산을 지원하고 감독할 권한이 있다.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시기 인사업무를 자체 감사한 결과 이같은 정황을 파악하고 올해 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보좌관 2명을 산하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취업시켰다는 내용으로 압수수색 당했다"며 "압수 물품은 휴대전화기 1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새로이 전화번호를 개통했다"며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적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차례로 국정원장을 지낸 이들은 2020년 9월 발생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 2명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시킨 혐의로도 재판받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채용비리와 별개로 2021년 6월 원훈석 교체 과정에서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 전 원장 측근이자 채용비리 당사자인 조씨의 전략연 공금 관련 비리 혐의도 경찰이 수사 중이다.

조씨는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임대사업에 쓰던 전략연 소유 사무실을 사적 용도로 사용해 전략연에 임대수입만큼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조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전날 기각됐다.

법원은 "조씨와 피해자(전략연)의 금원 거래 내역 등에 비추어 볼 때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피해액 상당 부분이 회복된 것으로 보이고 조씨에게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증거 자료가 대부분 수집된 점도 고려했다.

조씨는 자신이 쓰던 전략연 사무실에 심야 시간 외부인을 초청해 술파티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정원은 조씨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자 자체 조사를 벌인 뒤 그의 횡령 혐의를 파악하고 지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조씨의 자택과 전략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