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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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만 벌자고 (부업을) 시작했는데, 3개월 만에 월 수익 300만원이 넘어버렸어요."

얼마 전 직장인들이 모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직장인 A씨의 도매업 관련 부업 후기다. A씨는 "아이템 선정을 할 때 컨설팅을 받았다"면서 "마케팅은 혼자 머리 싸매 고민하며 혼자 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이에 다른 직장인들은 "부럽다, 비결을 알려달라", "부업 생각하고 있는데 조언해줄 수 있냐", "부업 성공이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부업 성공 비결에 관심을 보였다.

"베이킹으로 월급 정도 벌었다"…너도나도 'N잡 열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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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N잡러' 열풍이 불고 있다. 'N잡러'는 생계유지를 위해 직장을 다니는 등 본업 외에도, 부업을 병행해 부수입을 얻고자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최근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취업했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퇴근 후 시간이나 주말 등을 이용해 부업에 과감히 시간 투자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N잡'에 대한 높은 관심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얼마 전 법인보험대리점(GA) 리치앤코가 모바일 리서치 기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수도권 거주 20~30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MZ세대 85%가 'N잡'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응답자 중 23%는 이미 N잡러라고 답해 MZ세대 직장인 5명 중 1명은 이미 부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을 다니며 할 수 있는 부업의 종류는 다양했다.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20% 이상의 'N잡러'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SNS상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가 많아지면서, 개개인이 가진 취미나 재능을 이용해 부업에 성공한 이들이 눈에 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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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취미로 시작한 베이킹 부업으로 얼마 전 한 달 치 월급 이상을 받았다는 직장인 이모 씨(27)는 "요즘 20~30대 여성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구매하는 베이커리 제품을 소규모로 판매했다"며 "SNS 홍보를 통해 유명해지자 2주 전쯤 대기업에서 협업 연락이 와서 직장인 월급 정도 되는(300만원) 받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MZ세대의 'N잡 성공 비결'을 접한 이들을 중심으로, N잡을 위한 창업 아이템 등을 찾아 나서는 이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유료 강의 플랫폼 업체인 클래스101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창업·부업 관련 클래스 수강 시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6% 늘어났다.

3년 차 직장인 박모 씨(31)는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가 오르다 보니, 부수입원 없이는 생활하기가 팍팍하다"며 "부업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초기 자본 없이 할 수 있는 1일 배달 라이더부터 시작했는데, 육체적으로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위해 강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창업·부업 관련 인기 아이템으로는 스마트스토어, 수익형 블로그(구글 애드센스·홈페이지에 광고를 게재하고 수익을 분배받는 것),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 이모티콘 제작 등으로 집계됐다. 초기자본이 없거나 적은 돈을 들여서 부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아이템을 새로 만드는 등 창업을 하지 않고 기존의 알바 개념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 N잡러 일거리 매칭 서비스 '요긱'은 1년 반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30만, 누적 회원가입 수 20만 명을 달성, 3만 이상의 일거리 매칭 건수에 수행 완료된 일의 정산액은 20억원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입사 후 2년 안에 1억 모아야"…N잡 뛰어드는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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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들이 N잡에 뛰어드는 이유는 다양하다. 부업을 고민하고 있거나 하는 8명의 직장인에게 '부업을 하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월급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걸 깨달아서", "입사 후 2년 안에 1억 모으기가 꿈이라서", "젊을 때 돈을 많이 벌어두고 노년기에 쉬고 싶어서"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고금리·고물가에 경기침체 장기화가 이어지자, MZ세대의 자금 부담이 불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 회사에 입사해 일찌감치 'N잡러' 도전을 준비하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회사에서 버는 돈만으로는 앞으로 내 집 마련, 결혼자금 모으기 등이 어렵다는 현실을 깨달았다"면서도 "대출받아 초기자본을 많이 들이더라도, 수익성이 나는 부업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봤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김 씨처럼 초기자본에 대한 부담이 크더라도, 모아둔 자금 등을 바탕으로 '무인 매장'을 열기 위해 창업 상담을 신청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장기화) 이후 수요가 늘어난 무인 매장은, 2021년 기준 국내 민간분야에 설치된 키오스크 수는 총 2만6574대로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8587대)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홍대입구역 인근 한 무인 사진관 매장의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홍대입구역 인근 한 무인 사진관 매장의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무인 매장' 중에서도 10~30대까지 낮 밤 할 것 없이 찾는 '무인 사진관' 또한 망하지 않는 아이템'으로 꼽힌다. 넓지 않은 평수의 공간에 3~4대의 즉석 사진기만 들여두면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핫플'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김영갑 한국일자리창출진흥원 원장은 "요즘 셀프 편의점이 많이 생기는 현상처럼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무인점포를 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셀프 사진관이 좋은 창업 아이템이라며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점포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MZ세대 겨냥 아이템 특성상 언제 뜨고 지는 별일지 몰라 부업 아이템으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모든 직장인들이 부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기업에서는 근로계약서에 '겸업금지' 조항을 명시해두고 있다. 근로자가 겸업(부업)으로 인해 회사의 이익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부업으로 인해 본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동종·유사 업종을 영위하는 회사에 이중 취업해 회사의 기밀 누설이 우려되는 경우 △기업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경우 등은 '기업 내 징계 및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했다.

공무원의 경우 N잡을 선택할 때 더 주의해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고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부업이더라도 재직 중인 직장에 알리고 싶지 않다면, 월급 외 수익(부업 수익,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이 총 2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당 금액을 초과할 경우 소득월액 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돼, 연말정산 과정에서 회사가 다른 수입원이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어서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