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4일 종일 수술하기도…의사도 약도 없던 한국, 이제는 의료선진국"
60∼70년대 한센병 치료…국민훈장 모란장 받아
50여년만에 국민훈장 받는 소록도 벨기에 의사 "기억해줘 감사"
"우리가 소록도에 도착하기 전에는 한센병 환자를 치료해줄 사람이 없었어요.

환자들은 자가 치료만 했었고, 우리가 도착해서는 1주일에 4일은 종일 수술만 하기도 했어요.

주로 정형 수술이었죠."
벨기에 의사 샤를 나베(Charles Navez·81)씨는 1967∼1971년 소록도병원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봤던 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이제 한국 의료는 벨기에보다 선진적"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는 7일, 한국을 떠난 지 50여년 만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다.

80대에 접어든 그는 이번에 한국을 직접 찾지는 못했지만, 수상자로 결정된 뒤 주벨기에 대사관과 사전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한국 소록도를 찾게 된 데 대해 "고향 뱅슈(Binche)를 찾은 한 프랑스인 의사가 한센병 환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고, 치료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그 분께서 '다미안 재단'을 추천해줬고 재단의 제안을 받아 전혀 알지 못했던 한국에 가게 됐다"고 했다.

그는 당시 소록도에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기억했다.

그 자신을 포함한 벨기에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이 한국인 의사 4명, 간호사 15명을 구해 팀을 이뤘다.

그는 "(한국 의료진에는) 경험이 부족해서 아직 미숙한 의사도 있었고 심지어 의학을 공부하지 않았던 사람도 있었다"며 "환자가 5천명이 되다 보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당시의 열악한 환경을 설명했다.

한센병 증상이 발견되면 그 즉시 가족과 분리돼 소록도에 감금되다시피 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동시에 한센병이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바로잡기 위해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했다.

50여년만에 국민훈장 받는 소록도 벨기에 의사 "기억해줘 감사"
샤를 나베씨는 임신과 출산이 사실상 금지돼있던 소록도에서 3개월가량 된 아이를 '발견'한 적이 있다고 했다.

2.5㎏밖에 되지 않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 6주 정도 돌보고 치료도 했지만, 아이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고. 그때 한센병에 걸린 6개월 딸을 키우던 한 여성이 찾아와 그 아이에게 젖을 물렸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아이는 다시 기운을 차려 살아났다.

그는 '김치-살아야 했던 아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샤를 나베씨는 "모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의사로 활동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뻤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벨기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직접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 의료는 벨기에보다 선진적이고, 앞서있다"며 "이제는 반대로 한국이 (의료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의사를 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소록도병원에서 일하다 지병 때문에 한국을 급히 떠났다는 그는 그동안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가 주벨기에 대사관에서 그를 국민훈장 서훈 후보로 추천하면서 존재가 알려지게 됐다.

샤를 나베씨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게 된 데 대해 "당시 정말 열심히 봉사했는데 아쉽게도 아무런 감사의 표시를 전해 받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수십 년이 지난 일을 이렇게 기억하고 수고를 인정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주벨기에 대사관을 통해 그에게 훈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