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방안전교육 잘 돼 있지만 외국인은 못 알아들어요"

다문화 전문 의용소방대(이하 다문화 전담대)는 관할 지역 외국인 주민으로 구성돼 자국 외국어를 활용해 소방 업무를 보조하는 조직이다.
민 대장은 2019년 김해시 다문화 전담대가 창설됐을 때부터 합류해 활동을 시작한 원년 멤버다.
민 대장은 지난 31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김해에도 외국인 노동자들 원룸에서 7∼8명씩 사는데, 보호자가 아이들만 두고 장을 보러 가거나 하면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은 고려인 가정에 현장방문을 가서 집에 소화기를 놓는 게 좋겠다고 했더니 '우리가 알아서 한다.
누가 여기다가 불을 지르겠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걸 보면 외국인 주민 대상 화재안전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마에 변을 당한 나이지리아 국적 일곱 식구도 6.3평이라는 턱없이 비좁은 공간에서 지내고 있었다.
집 안과 건물 어디에도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참사 현장 감식 결과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불이 최초 시작된 것으로 잠정 조사됐으며, 멀티탭에는 TV와 냉장고가 연결돼 있었다.

12년 전 키르기스스탄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뒤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2018년 10월에 김해지역 원룸 건물에서 발생한 불로 고려인 4세 4명이 숨지거나 크게 다친 사건을 언급하며 "이주배경 주민들에게 체계적인 화재 예방·대피 교육을 할 필요성을 느껴 다문화 전담대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민 대장은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화재 안전교육을 받는데, 제가 (키르기스스탄에서) 학교에 다녔을 때는 한 번도 이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너무 신기했는데, 정작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노동자들은 교육을 알아듣지 못해 그냥 보고만 있다가 위험에 빠진다"고 말했다.
민 대장은 이주 노동자들이 많은 공장에도 안전교육 통역을 제공하러 간다.
그는 "어떤 이주민이 손가락이 절단돼 있길래 어찌 된 일인지 물었더니 '장갑을 잘못 껴서 기계에 장갑이 걸려 손이 절단됐다'고 했다.
공장에서는 안전교육을 했지만, 알아듣지를 못해서 사고가 난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여러 언어를 쓸 수 있는 다문화 전담대를 소방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국 다문화 전담대 출신 국가를 보면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일본,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다양하다.

다문화 전담대는 전국 12개대 261명이 활동 중이다.
서울 4개대 78명이 가장 많고,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경남 지역이 3개대 73명으로 그다음이다.
외국인 119 신고 시 통역을 제공하고, 119 다매체 신고 활용 및 외국인 대상 소방안전교육을 한다.
소방청은 나이지리아 4남매 화재 사망 참사를 계기로 코로나19 기간 위축됐던 다문화 전담대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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