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왼쪽). 이 대표에 앞서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왼쪽). 이 대표에 앞서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법정에서 만났다. 두 사람의 대면은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처음이다. 이날 양측은 이 대표의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을 놓고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였다. ‘김 전 처장과 함께 출장을 갔으니 아는 사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패키지 여행’을 예로 들며 ‘모른다’고 반박했다.

○“김문기, 이재명과 따로 통화”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첫 번째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으로부터 2010년 당시 성남시장 후보이던 이 대표와 따로 통화한다고 들었다”며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친분이 있었던 사이였음을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2010년 3월 성남시 분당구 리모델링 설명회에 이 대표가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만나 인사를 나눈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또한 김 전 처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후 이 대표에게 김 전 처장을 소개한 적 있느냐고 묻자 “같이 보고하러 간 적이 있다”며 “그때 얼굴 보고 이미 아는 사람이라 겸연쩍게 소개할 이유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외에도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대장동 개발 수익금과 관련해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에게 여러 차례 보고했으며, 이 대표 역시 해당 자료들을 김 전 처장이 작성했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유씨는 이날 증언하는 내내 이 대표를 ‘이재명 씨’라고 지칭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서류증거 조사 과정에서 김 전 처장과 모르는 사이였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호주 출장 당시 찍은 단체 사진을 제시하며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따라다녔다면 바로 옆에 있을 텐데 좀 떨어져 있다”며 “‘패키지여행 갔으니까 친하겠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22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김 전 처장을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장동 개발의 핵심 실무자로 알려졌던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 당시 ‘초과이익 환수’ 삭제와 관련해 주요한 위치에 있었던 인물이다. 검찰 측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해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대장동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 같은 직급인 팀장만 600명”이라며 동선이 겹쳤더라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5년 인연’이 악연으로 끝나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의 인연은 2008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출마 시절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성남 일대 리모델링 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시 성남시 리모델링 조합 추진위원장이던 유 전 본부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내가 조합장으로 있는 한솔5단지에서 이 대표 몰표가 나왔다”며 이 대표의 성남시장 당선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시장 당선 후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시설관리공단의 기획본부장을 맡았으며,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도 기여하며 대장동 개발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당선된 2018년에는 유 전 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비리로 구속된 지 1년여 만에 풀려난 2022년 9월 말부터 이 대표에게 불리한 ‘폭로성 발언’을 이어왔다. 그는 이에 대해 당시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이 대표의 발언에 배신감을 느껴 수사에 협조하게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