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등으로 대체급식, 돌봄교실도 미운영·축소
"오늘 점심은 빵으로"…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곳곳 급식 차질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31일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이면서 학교 급식과 학생 돌봄에 차질이 발생했다.

학교 급식실에서는 샌드위치 등 대체급식이 제공됐고, 일부 학부모들은 도시락 등을 보내기도 했다.
"오늘 점심은 빵으로"…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곳곳 급식 차질
◇ 대체식 영양 우려…"월요일엔 밥 먹고 싶어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영화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대체 급식으로 샌드위치가 나온다는 공지를 받았다"며 "애가 샌드위치를 안 좋아해서 빵을 추가로 사서 보냈다"고 걱정했다.

이 학교 급식실에서는 오전 11시 20분께가 되자 저학년부터 오늘 메뉴로 현미강정, 꿀떡, 오렌지주스, 햄치즈샌드위치 등이 제공됐다.

학생들은 낯선 메뉴를 받아 들고 해맑게 먹었고, 일부는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영양교사는 "아이들이 이걸 먹고 배고플 게 가장 걱정된다"며 "아무래도 햄이랑 치즈가 내용물이라서 사실 샌드위치 사용한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우려했다.

한 2학년 남학생은 "엄마가 오이를 싸줘서 샌드위치랑 같이 먹었는데 맛있었다"면서도 "다음 주 월요일에는 원래 나오던 밥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파업에 참여한 학교 비정규직은 전체 인원 2만4천789명의 5.24%인 1천298명으로 집계됐다.

급식에 차질이 발생한 학교는 148곳으로 1천265개 학교 중 10.47%였다.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초등돌봄교실, 특수학교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도 급식 차질이 벌어졌고, 일부 학교에서는 돌봄교실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강원도교육청은 도내 7천448명 중 24.1%인 1천798명이 총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조리 종사자 14명 중 7명이 파업한 전북 전주 화정초는 급식 시간에 유치원, 저학년, 고학년 순으로 빵과 우유를 나눠줬다.

화정초 6학년 유가은 학생은 "사회시간에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파업을 하는 거라고 배웠다"면서 "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

엄마가 가정통신문을 보시고 김밥을 싸줬다"고 말했다.

대전충남지역에서는 돌봄교실의 경우 149개 학교 중 1개 학교가 운영되지 않았고, 2개 학교는 축소 운영됐다.

제주지역 한 초등학교의 40대 학부모는 "1년에 한두 번 아이들이 빵과 우유를 먹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며 파업을 통해 급식소 근무하시는 분들의 처우와 근무 환경이 개선돼야 아이들의 급식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반면 대구지역 한 공립유치원의 30대 학부모는 "올해 유치원 원아 모집이 미달해 한 반에 정원도 다 차지 않았다"며 "아이들도 부족해서 미달이 나는 상황인데 오히려 직고용을 담보로 파업을 요구하는 게 곱게만 보이지는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늘 점심은 빵으로"…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곳곳 급식 차질
◇ 지난해 11월에 이어 새학기 파업…부총리 면담은 불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이날 전국 시도교육청 앞,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등에서 전국 동시 집회를 진행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파업 규모가 지난해 11월 25일(2만1천470명 참여·전체 교육 공무직원의 12.7%) 때와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파업으로 전국에서 급식을 실시하는 유·초·중·고교 중 25.3%(3천181곳)의 급식이 정상 운영되지 못했다.

이들은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면서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과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넘게 집단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인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도 임금 협상에 시간이 걸린 적이 있으나 5개월이 최장기간이었다.

임금 협상 기간이 3월을 넘겨 새 학기에 파업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대회의는 명절휴가비를 기본급의 100% 지급,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위한 노사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명절 휴가비 20만원(14.3%), 기본급 3만8천원(2%) 인상 등을 제시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학교 비정규직들은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등도 요구하고 있다.

전날 학비노조 조합원들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회의실에서 시위하기도 했다.

이날 이 부총리가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만남은 불발됐다.

(김형우 양지웅 이은파 김진방 전지혜 최은지 김용태 김동민 김재선 김선형 서혜림 김재홍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