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교 급식 차질…함박스테이크 대신 떡 등 대체식 제공
학교비정규직 파업에 엇갈린 시선…"학생 피해" vs "권리 찾기"
"너는 맛있니? 난 계란을 싫어해서 별로네."

31일 낮 12시 10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여자 어린이가 뒤에 앉아 맛있게 점심을 먹는 친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날 이 학교의 점심 식단은 귀리밥에 차돌된장찌개, 연근강정, 두부양념구이, 김치, 치즈스틱이지만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국과의 임금교섭이 타결되지 않자 총파업에 나서면서 예정된 식단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대신 롤케이크와 떡, 구운 계란, 과일, 바나나맛 우유가 대체식으로 아이들 앞에 놓였다.

한 아이는 대체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부모가 미리 준비해준 소시지 주먹밥을 꺼내 먹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도 급식 종사자들이 파업에 참여해 식단을 변경했다.

당초 밥과 달걀실파국, 수제함박스테이크, 옥수수콘치즈버터구이, 옥수수콘치즈버터구이, 들기름김치볶음이던 메뉴가 무지개떡과 초코칩머핀, 에너지바, 요구르트, 바나나라떼로 바뀌었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은 "함박스테이크를 좋아해서 기대했는데 다른 음식이 나왔다"며 아쉬워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두고 학교 현장에서는 엇갈린 시선이 공존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로 급식과 돌봄 업무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급식 차질 등을 이유로 학생 피해를 강조하며 비판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권리를 찾기 위한 노동자의 정당한 행동으로 보고 불편을 감수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교비정규직 파업에 엇갈린 시선…"학생 피해" vs "권리 찾기"
햄치즈 샌드위치가 대체식으로 제공된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한창 뛰어놀아서 체력 소모가 많은 나이인데 샌드위치 먹고 어떻게 버티냐"며 "매번 아이들을 볼모로 협상하는 데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도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평소에 비해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반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사, 비정규직을 비롯해 대다수가 노동자인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을 하루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보며 학생들에게도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나는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지역에서는 3만7천293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18%에 해당하는 6천746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파업 참여 노동자들이 속한 학교는 전체 2천708개교의 48%인 1천307개교이며, 직종별로는 급식 종사자가 5천607명으로 가장 많았고, 초등보육 전담사 150명,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 141명, 특수교육 지도사 114명, 그 외 671명 등으로 집계됐다.

파업으로 급식에 차질을 빚은 학교는 도내 전체의 38%인 1천17개교이다.

이들 학교는 급식을 간편식으로 대체하거나 간소화했다.

초등 돌봄과 관련해서는 전체 돌봄교실 2천979실 중 6%에 해당하는 171실이 미운영된다.

유치원 방과 후 수업은 전체 1천229개 원 중 2%인 26개 원에서 진행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