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진통 중인 KT 정기주주총회장은 31일 오전 9시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KT 주총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KT 연구개발센터 주변은 주총 시작 전부터 소액주주들의 대기 줄, KT전국민주동지회 집회와 이를 지켜보는 KT 직원과 경찰 등으로 어수선했다.

KT 해직 직원들이 모인 KT전국민주동지회는 이날 오전 7시께부터 주총장 입구에서 "경영은 엉망진창, 연봉은 수십억 원, 비리연루 경영진 퇴진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열었다.

전운 감돈 KT 주총장…줄 선 주주들에 경영진 비판 집회도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후보가 잇따라 사퇴하는 전무후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떳떳하다면 외부 압박이 있더라도 버틸 수 있지만, KT 핵심 경영진은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경찰 인력 십여명은 주총장 앞 집회 장소를 관리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물리력 충돌 등 소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주총장 주변에는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 등 경영진 보호 임무를 맡은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삼삼오오 서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총장 입구에 응급차도 1대 대기했다.

박 직무대행과 사외이사 등은 이른 시간 지하 주차장을 통해 주총장에 입장해 취재진 및 집회 참여자 등과 만남 기회는 없었다.

소액주주 50여명은 이날 이른 시간부터 주총장 입구에 줄 서 입장을 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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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카메라와 기자들 역시 이른 시간부터 주총장 안팎에서 취재 열기를 보였다.

오전 8시 10분께 주총장 입장이 시작됐다.

경호원 10명가량이 주총이 열리는 융합기술원 2층 강당을 에워싼 가운데 주주들은 총회를 직접 볼 수 있는 공간과 스크린을 통해 보는 공간으로 나눠 들어갔다.

좌석은 두 공간을 합해 216석이 마련됐다.

70대 주주 이 모 씨는 "회사가 돌아가는 게 이상해서 직접 확인하려고 왔다"며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주총 시작을 기다렸다.

주총장에 '비리 경영진 퇴진' 플래카드를 들고 "KT는 진실을 말하세요"라고 쓴 마스크를 착용한 길정순(71세) 씨는 "회사가 썩었다.

박종욱 직무대행이 누군지 얼굴 좀 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50대 한 주주는 "바라는 것 없다.

배당이나 많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