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충청북도 청주시의 한 야외 주차장에서 빈자리를 맡고 비켜주지 않는 부부가 등장했다.  /사진=한문철 TV
3월 12일 충청북도 청주시의 한 야외 주차장에서 빈자리를 맡고 비켜주지 않는 부부가 등장했다. /사진=한문철 TV
주차장 빈자리를 맡고 비켜주지 않는 한 부부의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이들 부부가 자리를 놓고 언쟁하던 차에 스스로 몸을 부딪히는 '자해공갈'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최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꼭 보시고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해서 제보한다'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지난달 12일 정오께 충청북도 청주시의 한 야외 주차장에서 빈자리를 맡은 60대 추정 부부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제보자이자 영상 속 차량 운전자인 A씨는 빈자리에 서 있는 이들 부부에게 "비켜달라"고 말한 뒤 기어를 후진으로 바꾸고 서서히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부부 중 남편이 바로 옆에서 통화 중이던 아내를 고의로 끌어당겨 차에 부딪히게 만들곤 "아프다"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당시 조수석에서 아내가 몸을 돌려 뒤를 보고 있던 상황이라 아저씨가 일부러 부딪히게 한 걸 직접 봤다"며 "이후 차에서 내려서 '요즘 주차 자리를 이렇게 맡고 있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따졌지만, 저희 말은 듣지도 않고 '환자를 치면 어떡하냐', '내 남편 지팡이 짚고 다니는데 어떡할 거냐' 등 소리를 지르더라"고 전했다. 알고 보니 이들 부부는 곧 도착할 '사돈'을 위해 자리를 맡고 있었던 것이라고.

A씨는 "결국 저희 차 뒤쪽으로 차들이 밀리기도 해서, 그냥 다른 곳을 찾아 주차하긴 했지만, 정말 너무 어이가 없고 꼭 보시고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해서 제보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한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사고 이후 경찰 신고나 보험사 접수 등 후속 조치는 진행하지 않고 현장에서 상황이 일단락된 것으로 한 변호사는 추정했다. 한 변호사는 "저렇게 후진할 때 사람들이 일부러 부딪혀 (차 운전자가) 덤터기 쓰는 경우도 있으니 저렇게 안 비키면 내려서 비켜달라고 말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주차장 빈자리 맡기를 법적으로 막을 순 없는 걸까. 공동이 이용하는 공용주차장 주차 자리의 우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차장 자리 맡기에 대한 처벌이나 과태료 등 벌칙 규정도 없다. 다만 주차요원의 안내에 따라 주차하는 상황에서 빈자리를 맡고 비켜주지 않는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와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10월 22일 오후 5시쯤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한 외부 주차장에서 한 가족이 자리를 맡기 위해 서 있어 운전자가 차량을 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 사진=한문철 TV
2022년 10월 22일 오후 5시쯤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한 외부 주차장에서 한 가족이 자리를 맡기 위해 서 있어 운전자가 차량을 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 사진=한문철 TV
간혹 빈 자리에 서서 비켜주지 않는 이들에게 분노한 나머지 후진으로 사람을 사실상 '밀어내는' 이들도 왕왕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서 있는 사람이 차에 부딪히면 운전자는 고의가 없었더라도 특수폭행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이런 행동은 삼가야겠다.

실제로 2020년 11월 강원 원주의 한 유원지 주차장에서 "부모님이 주차할 것"이라며 빈자리를 맡아놓은 중학생과 말다툼을 벌이던 한 운전자가 차로 닿을 듯 전진하다가 중학생의 무릎을 충격해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운전자는 지난해 12월 14일 춘천지법 제1형사부(김청미 부장판사)에서 열린 특수폭행 혐의 재판에서 "고의가 없었다"며 "비어있는 주차구역으로 차량을 움직였는데 피해자가 이를 막기 위해 갑자기 달려들어 접촉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빠른 속도로 운전하지는 않았으나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