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내가 길조이고 영물인가?" 보호색을 잃은 새들
![[유형재의 새록새록] "내가 길조이고 영물인가?" 보호색을 잃은 새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KR20230329106200062_01_i_P4.jpg)
몸 전체가 다갈색이고 머리와 목은 연한 갈색, 배는 검은 갈색인 흰뺨검둥오리 원래의 모습과 다른 흰색의 개체가 눈에 확 띄었다.
이 개체는 다른 무리와 잘 어울리며 먹이활동도 하고 주변을 비행하는 등 며칠 동안 보이다 사라졌다.
야생동물은 대부분 주위 환경이나 자기가 서식하는 곳의 빛깔을 닮아서 다른 동물에 발견되기 어렵게 보호색을 갖고 있다.
다른 동물의 공격을 피하고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제 본래의 보호색을 잃어 위험에 노출된 새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전국에서 종종 발견돼 화제가 되곤 한다.
원주에서는 최근 흰 노루가 발견돼 연일 화제다.
고구려 설화에도 등장하는 영물이라며 반기고 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내가 길조이고 영물인가?" 보호색을 잃은 새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KR20230329106200062_02_i_P4.jpg)
사람들은 이 흰 참새가 좋은 일을 가져온다고 여기는 '길조'(吉鳥)라며 반겼고, 전국에서 이 흰 참새를 보기 위해 많은 발걸음이 이어졌다.
일부 몰지각한 시민과 사진가들이 더 가까이서 보거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흰 참새가 날아다니는 곳을 토끼몰이하듯 쫓거나 들깨, 좁쌀 등 모이를 주며 유인하는 행위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2015년 3월 강릉 경포호에서는 머리를 제외한 온몸이 흰색인 알비노(백색증) 증상의 흰죽지 1마리가 발견됐다.
이 흰죽지는 머리와 목이 옅은 갈색이고 이외는 온통 흰색이어서 무리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내가 길조이고 영물인가?" 보호색을 잃은 새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KR20230329106200062_03_i_P4.jpg)
원래 깝짝도요는 도욧과의 나그네새로 꽁지의 아랫부분만 흰색이고 몸의 등 쪽은 옅은 갈색인데 모두 흰색이었다.
같은 해 정선군 조양강변과 비봉산 등에서는 원래 온몸이 검정인 까마귀와 완전히 다른 흰 까마귀가 발견돼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흰 까마귀는 천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해 천년의 길조, 전설 속의 새로 행운을 상징한다며 떠들썩했다.
천 년에 한 번 나타난다는 흰 까마귀는 이후 3년 뒤 경남 합천에서도 발견됐다.
이처럼 보호색을 잃은 새.
선천적으로 멜라닌 색소가 결핍되거나 결여된, 즉 알비노 현상으로 인해 하얀색을 가진 아픔을 안고 있는 개체다.
전문가들은 이를 선천성 희소병이라고 하며, 일부에서는 지능과 발육 장애 등이 따른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어 이들 개체의 삶이 순탄치 않음을 말해준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내가 길조이고 영물인가?" 보호색을 잃은 새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KR20230329106200062_04_i_P4.jpg)
그만큼 천적의 위험에 노출돼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상의 모습과는 다른, 보호색을 잃은 하얀 모습만 보고 사람들은 전설 속의 '영물' '길조' '행운과 행복의 상징'이라는 등 갖가지 의미를 부여하며 환영한다.
2021년 5월 경북 경주시 옥산서원 인근에서는 하얀색 후투티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2018년과 2012년 설악산과 지리산에서는 흰 다람쥐가 포착되기도 했다.
2021년 전남 담양에서는 하늘색 개구리, 2017과 2015년 지리산에서 흰 오소리, 2017년 오대산에서는 하얀 박쥐, 2016년 경기도 파주에서는 쇠기러기 3마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이처럼 보호색을 잃었지만, 남들과 같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야생동물들.
보기 힘든 만큼, '길조' '영물'로 여기는 만큼 더 잘 살아가도록 지켜주고 보호해 줘야 한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내가 길조이고 영물인가?" 보호색을 잃은 새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KR20230329106200062_05_i_P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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