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지사(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달 10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한경DB
이철우 경북지사(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달 10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한경DB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경상북도가 달라졌다. 정부의 국정과제에 ‘지방시대’를 우선순위로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해낸 이철우 경북지사는 그의 지론인 ‘지방시대 아젠다’를 속속 국정과제와 정부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높다는 것이 지방의 반응이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은 중앙지방협력회의 위상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고 지방시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지방시대위원회 출범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부의장으로 참여하며 지방시대 아젠다를 주도하고 있다. 이 지사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국무총리와 함께 부의장을 맡고 있다.

이철우 지사, 윤 정부와 지방시대 아젠다 주도

그동안 대한민국의 ‘수도권 병(病)’을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가장 큰 장애물로 진단해온 이 지사는 올해 고등교육 권한의 지방자치단체 이양이라는 큰 성과를 얻어냈다. 그동안 대통령을 비롯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통해 꾸준히 제기하고 설득해 온 문제다. 고등교육 권한의 지방 이양은 그동안 지역 산업이나 지역 기업과 따로 놀던 대학과 고교 교육을 지방이 주도권을 갖고 집행해 지방 산업을 살리고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지사는 “한 해 10만 명의 청년이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지만 지방에 남은 청년도,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도 정작 행복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며 “50년 이상 지속된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경북, 지방시대 대전환 7대 프로젝트…대한민국 판을 바꾼다

‘지방시대’ 선언한 경상북도

경상북도는 올해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걸고 지방시대 대전환을 통해 대한민국판을 바꾸는 데 나섰다. 전국 최초로 지방시대정책국도 신설했다.

이 지사는 “지방의 소멸은 이제 대한민국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며 “산업화 민주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이 이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끊고 ‘지방화’를 이뤄내야 인구 소멸, 무역수지 적자 등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지사는 “수도권으로 인재가 유출되고 있지만 정작 수도권의 청년들도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삶이 행복하지 못하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결혼도 기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강남의 합계 출산율은 0.46으로 경북 0.93, 전국 0.78보다 크게 낮다. 지방 소멸은 서울 소멸의 다른 이름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 지사가 추진하는 ‘지방시대’는 경북을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으로 돌려놓기 위한 경제 사회 부문의 혁신모델이다.

경상북도, K-로컬 시대 7대 프로젝트 추진

경상북도는 국정 목표인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 국가적인 아젠다를 던졌다. △교육지원혁명을 시작으로 △취업 지원 △주거 지원 △결혼 지원 △출산 지원 △보육 지원 △돌봄 지원 등 7대 분야 혁명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4대 정주혁명과 3대 완전 돌봄 프로젝트다.

지방에서 취업해도 대기업과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고 주거, 교육, 문화예술, 정주 환경을 보장해주는 계획이다. 가시적인 성과는 교육혁신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지역혁신 중심대학 지원체계(RISE) 구축안을 마련하고 지난 8일 시범지역 7곳을 확정했다.

박성수 경상북도 지방시대정책국장은 “인력난에 시달리면서도 주목조차 받지 못하던 지방의 중견· 중소기업은 물론 지방의 대기업도 크게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울진·안동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 성과

경상북도는 지난 15일 전국에 15곳이 지정된 국가산단 후보지 가운데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세 곳의 지정을 끌어냈다. 특히 이 가운데 경주의 소형모듈원전(SMR)과 울진의 원자력 수소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은 의미가 남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피폐화되다시피 한 지역경제는 물론 에너지 가격 급등 시대에 첨단 미래산업으로 떠오른 SMR뿐만 아니라 원전이나 SMR을 활용한 수소생산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3개의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보지 못할 전무후무한 역사”라며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산업 심장으로 만들 기회가 마련된 만큼 속도감 있는 산단 지정과 기업 유치로 경제 파급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말부터 네덜란드와 스코틀랜드 등을 방문해 농업혁신과 농식품의 수출 산업화에 시동을 걸었다. 2030년께 준공될 대구경북신공항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경상북도의 조사에 의하면 대구·경북의 첨단산업 물류 비중은 전국의 8.7%에 불과하다. 신공항이 들어서면 첨단기업 유치로 비중은 높아지겠지만 농업의 규모화와 농식품의 수출산업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공항 활성화도, 공항 경제권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 지사는 교육혁신을 통한 지방 제조 생태계 회생과 함께 농업의 수출산업화도 강조했다. 그는 “과잉생산 상태인 벼농사의 작목 전환, 농업의 규모화와 첨단화, 관광 자원화를 통해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수출 위기, AI 혁명 지능화로 극복해야

경상북도는 교육혁신과 지방 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으로 만든 데 시동을 걸었다.

이 지사와 김장호 구미시장은 미·중 패권 전쟁으로 중국의 입지가 좁아진 실리콘밸리 공략에도 나섰다. 실리콘밸리 글로벌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 편성될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송경창 경북경제진흥원장은 “한국 경제를 든든히 떠받치던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가 20일 기준으로 241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적자 478억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며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인공지능(AI), 로봇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철균 경북연구원장은 “반도체 등 그동안 잘했던 부분들이 위기를 겪는 데다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패권전쟁에 따른 공급망 변화,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과 에너지 국제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가 경제위기로 나타나고 있다”며 “산업과 지역을 함께 살릴 대책은 인공지능(초거대 AI)을 활용한 기술혁신으로 정보화에 뒤진 한국과 지방이 지능화에서만큼은 앞서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그동안 아이디어를 상용화할 개발자가 수도권 이남으로 잘 내려오지 않았지만, 초거대 AI 시대에는 챗 GPT 같은 초거대 AI가 서비스(앱)도 개발해주는 시대”라며 “제조와 농업, 문화, 관광, 서비스 등 우리가 잘하지 못했던 분야에 AI 혁신으로 새로운 지방시대와 대한민국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