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벌면 절반 넘게 떼가요"…9년차 미용사의 고민 [권용훈의 직업 불만족(族)]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25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한 대형 미용실. 손가락 마디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30대 미용사를 만났다. "오늘만 10명 넘게 손님을 받았다"는 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손목을 매만졌다.▷간단히 자신을 소개하자면.
대형 브랜드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는 9년차 미용사예
요. 저를 찾아주시는 손님이 늘어서 요즘에는 1~2주 전부터 예약이 꽉 찰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죠(웃음).
▷출퇴근 시간대가 어떻게 되나요.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8시 정도에 퇴근해요. 주말에는 손님이 많아서 쉴 수 없고 평일날 하루정도 쉬고 있어요.
▷월급은 얼마나 받고 있나요.
평균적으로 400만원정도 받는 것 같아요. 지난달 1000만원정도 매출을 올렸는데 미용실 브랜드마다 다르겠지만 염색, 파마약 등 약값까지 월급에서 빼는 곳도 있고요. 미용사가 매출을 올리면 그중 50~60%정도는 회사가 가져갑니다.
▷일주일에 하루만 쉴 수 있나요.
미용사가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 쉬거나 평일에 이틀씩 쉬게 되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요. 브랜드 미용실에서 일하는 미용사들은 대부분 월급제가 아니라 성과제입니다. 제가 일주일에 하루 밖에 쉴 수 없는 이유죠.
▷남자 손님이 많은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요.
손님 열명 중 여덟명은 남자예요. 남자 손님들은 한달에 한번씩 머리를 자르시니까요. 여자 손님이 적어도 두 집단을 매출로 비교하면 비슷한 편이입니다. 여자 손님들은 1년에 한두번씩 와서는 비싼 시술을 받고 가시거든요.
▷요즘에는 어떤 시술을 받는 손님들이 많나요.
일반 커트만 하러 오는 손님을 빼면 염색이나 디자인 펌을 하러 오시는 분이 많아요. 아무래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고 꽃피는 봄이 와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미용사 일을 그만두려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미용사들은 가위질을 오래해서 손목터널증후군에 많이 걸려요. 작년부터 손가락과 손바닥에 통증이 심해져서 일을 쉬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지금은 매일 아침마다 한의원에 들러 물리치료를 받고 출근하고 있어요.
▷일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미용일을 오래하다 보면 단골 손님과 친해지게 되는데 일부 손님이 선을 넘는 경우가 있었어요. 저녁 식사를 하자는 손님이 계서서 거절했더니 제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앞까지 쫒아왔었어요. 그때 손님이라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경찰에 신고하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석었던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은.
제 손으로 손님들이 만족해하는 표정을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하죠. 요즘에는 손님들의 헤어스타일 사진을 SNS에 올리는데 그 게시물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엄청 늘었어요(하하).
▷올해 목표가 있나요.
좋은 자리가 있으면 1인 미용실을 차리는게 목표입니다. 서울에서 자리잡고 싶지만 월세가 너무 비싸서 경기도권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직업 불만족(族) 편집자주
꿈의 직장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서도 매년 이직자들이 쏟아집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대(大) 이직 시대'입니다. [직업 불만족(族)]은 최대한 많은 직업 이야기를 다소 주관적이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게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색 직장과 만족하는 직업도 끄집어낼 예정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직장 생활하는 그날까지 연재합니다. 아래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많은 인터뷰 요청·제보 바랍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