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조사단 최종 결과 발표…"배관 노후로 오염, 주변 유입 가능성 낮아"
월성원전 지하수서 빗물보다 높은 농도 삼중수소 검출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에서 빗물보다 높은 수준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삼중수소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다만 지하수 흐름을 고려했을 때 검출된 삼중수소는 주변 지역에 유입될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가 주관한 '월성원전 삼중수소관리 안전성확보를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은 24일 경주 양남면발전협의회 강당에서 원전 부지 내 고농도 삼중수소 검출 의혹과 관련한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에 따르면 한수원 자체 조사에서 2019년 4월 월성원전 3호기 터빈건물 하부 지하수 배수로 맨홀에 고인 물에서 ℓ당 71만3천㏃(베크렐) 삼중수소가 검출되는 등 맨홀과 지하수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 수치는 배출관리기준인 ℓ당 4만㏃을 훨씬 넘었다.

이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자 민관은 합동으로 조사단을 꾸려 2021년 2월부터 2년간 조사를 벌였다.

◇ 지질·지하수 조사…"배관 노후로 관측정 오염"

조사단은 우선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관측정 삼중수소 농도가 높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했다.

최근 5년간 원전 부지 내부의 빗물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ℓ)당 200∼1천㏃(베크렐) 수준인 점을 확인했다.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지하수 삼중수소 농도는 빗물 삼중수소 농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논란이 된 WS-2 관측공은 2019년 5월 2만8천200㏃/ℓ 수준에서 2021년 6월 2천111㏃/ℓ, 2021년 12월 2천206㏃/ℓ 검출됐다.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빗물 농도보다 높은 2천㏃/ℓ 이상 나왔다.

WS-2 관측공 인근의 관측공 2곳에서도 2021년 12월 ℓ당 2천966㏃, 9천359㏃이 검출돼 현재까지 원상태로 복귀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관측정 오염 원인이 증기발생기 취출수 배수배관, 터빈건물집수조 배수배관, 물처리실증화조 배수배관 노후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한수원 측은 물처리실정화조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배관과 산 사면을 따라 매설된 배관 등 상당수 배관을 교체했다.

조사단이 현장 조사 및 시험 결과 지하수가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삼중수소 농도와 관련해 계획적 배출기준으로 ℓ당 4만㏃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사단은 일정한 관측자료가 축적될 때까지 판정치를 ℓ당 1천㏃ 수준으로 정해 관측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 원전시설 흙에서 방사성 세슘 검출…"철저히 처리해야"

조사단은 원전 시설의 방사성 물질 누출 의혹과 주민 건강 영향도 조사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월성원전 1호기 사용후연료 저장조 외부 지하 9m 지점에서 ㎏당 484㏃의 방사성 세슘(Cs-137)이 검출됐다.

이는 1997년 누수에 따른 보수 때 완전하게 오염물질을 제거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은 월성1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 구조물 기초 콘크리트에서 균열이 생겨 누수로 방사성 세슘이 미량 측정됐다고 밝혔다.

현재 보수를 마쳐 누수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조사단은 2012년 월성1호기 원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격납 건물 여과배기설비 설치 과정에서 차수막이 파손된 사실을 재확인했다.

조사단이 월성원전 주변에서 지하수, 지표수, 토양, 농수산물의 방사성물질 검출을 분석한 결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주변 주민 360명의 요시료에서 조사한 삼중수소 농도는 평균 ℓ당 2.55㏃이고 최대 ℓ당 39.3㏃로 나타났다.

최대값에 대한 연간 피폭 수준은 0.0008밀리시버트(m㏜)로 자연 방사선 노출선량인 연간 5.25m㏜ 1만분의 2 미만이다.

조사단은 요시료 삼중수소 농도가 원전으로부터 거리에 의해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주민 삼중수소 흡수 경로가 공기 중 삼중수소 호흡인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단은 결함이 발견된 월성1호기 사용후연료 저장조 시공 이음부, 기초 콘크리트 균열부, 손상이 확인된 차수막 복구를 권고했다.

1997년 누설 복구 때 불완전하게 처리해 남은 방사성 세슘도 철저히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