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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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첫 성관계 경험은 20대 초반에 가장 많이 이뤄진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1일 공개한 국내 성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첫 성경험 시기는 남성과 여성 모두 '20∼24세'가 각각 65.9%, 57.4%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25∼29세' (남성 19.8%, 여성 26.4%), '30∼34세' (남성 4.1%, 여성 7.5%) 등의 순이었다. 남성의 8.9%, 여성의 6.0%는 19세 이하에 첫 성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은 질병관리청의 의뢰로'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의 국가 예방접종 확대를 위한 비용-효과 분석' 정책 연구를 위해 진행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자궁경부암 등을 일으키는 HPV(human papilloma virus)의 일부를 예방하는 백신을 현행 여자 청소년뿐 아니라 남자 청소년에게까지 무료로 확대 접종하는 방안이 경제성이 있는지 평가하고자 2022년 1월 6일부터 3월 18일까지 전국 성인(만19~59세) 3천193명(남성 1573명, 여성 16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HPV 감염과 같은 성 매개 감염병의 감염률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첫 성경험 시기를 19세 이하로 응답한 인원은 238명(남성 140명, 여성 98명)이었다. 이 중에서 고등학교 시기의 성관계 파트너 유무(복수 응답)에 대해 '고3' 때가 남성 57.1%, 여성 54.1%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고2' 때 (남성 47.1%, 여성 49.0%), '고1' 때 (남성 36.4%, 여성 32.7%)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성관계 파트너를 만날 때는 비슷한 연령대를 만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성관계 파트너 수는 남성과 여성 모두 '1명'인 경우가 각각 75.6%, 89.5%로 가장 많았다. 이어 '2명' (남성 11.4%, 여성 5.4%), '3명' (남성 5.7%, 여성 3.1%) 등이었다. 남성 35명(2.2%)과 여성 7명(0.4%)은 지난 1년 동안 만난 성관계 파트너 수가 7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HPV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해서는 '접종한 적 없다'가 남성 92.2%, 여성 69.3%로 가장 높고, 이어 '접종 완료'(남성 5.0%, 여성 26.1%), '미완료'(남성 2.9% 여성 4.6%) 등이었다.

연구팀은 만 12세 이상 여자 청소년 위주의 HPV 백신 접종 지원 대상에 만 12세 이상 남자 청소년을 추가하고, 접종 백신도 기존의 2가 및 4가 백신에서 9가 백신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서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분석했다. 하지만 모든 시나리오에서 비용에 비해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HPV 백신의 국가 예방접종(NIP) 사업을 남자 청소년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윤석열 정부의 공약 이행 행보에 이목이 쏠리게 됐다.

HPV는 생식기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지속 감염 땐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편도암 등의 원인이 된다.

여자는 HPV 백신 접종을 통해 자궁경부암 예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남자는 경우 HPV 감염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남자 어린이·청소년에게도 무료 접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남성이 HPV바이러스에 선천적으로 더 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첫경험 전에 접종하면 자궁경부 종양 등을 70~90%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정부는 2016년 6월부터 만 12세 여자 청소년에게 HPV 2가 및 4가 백신 접종을 무료로 지원한 데 이어, 2022년부터는 12세뿐만 아니라 13∼17세 여성 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감염병 특성상 남성의 발병 위험이 다소 적게 집계됐을 가능성을 두고, 경제성평가만으로 예방접종 확대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WHO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 세계 125개국이 여성 아동 대상 국가 예방접종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7개국은 남성 아동 대상으로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