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이철우 경북지사(왼쪽부터)가 안동의 밀과노닐다에서 김선영·박성호 대표와 농업의 수출 산업화를 논의하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지난 11일 이철우 경북지사(왼쪽부터)가 안동의 밀과노닐다에서 김선영·박성호 대표와 농업의 수출 산업화를 논의하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경북에 귀촌해 농업으로 창업한 기업가들의 활동이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보기술(IT), 전자, 무역업계에 종사했던 40대 창업가들이 IT와 국제 마케팅 능력을 접목해 농업을 첨단과학이자 관광·수출산업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잉 생산 상태인 쌀 대신 밀, 홉, 딸기 등 새로운 작목에 도전하면서 농업 전환 모델로도 떠올랐다. 이들이 농업 혁신을 주도하며 지역을 ‘농업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8일 안동에 법인사무실을 새로 연 경북 의성의 홉이든 김정원 장소영 대표  /오경묵 기자
지난 18일 안동에 법인사무실을 새로 연 경북 의성의 홉이든 김정원 장소영 대표 /오경묵 기자
6년 전 의성에 귀촌해 국내에서 명맥이 끊긴 맥주 홉(1만㎡)을 생산하는 ‘홉이든’의 장소영·김정원 부부는 16년간 무역업과 IT업계에 종사한 창농 기업인이다. 이들이 생산한 국산 홉은 국내 유일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수제맥주 브루어리 사이에서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국산 홉으로 제조한 의성라거 등은 생산 즉시 완판된다. 김정원 대표는 “국내 벼농사의 1%만 홉으로 대체하면 세계 3위의 홉 생산 국가가 될 수 있다”며 “의성을 홉농업 단지이자 수제맥주 펍과 문화 축제가 열리는 글로벌 명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밀과노닐다’의 박성호·김선영 대표 부부도 IT 기업을 10년간 운영하다가 2007년 안동시 도산면에 귀촌했다. 10만㎡의 밀농사를 짓고 6만㎡ 규모로 스페인 기와를 얹은 갤러리와 숙박시설(7개)을 운영하고 있다. 유료 관광객만 연간 1만 명이 다녀간다. 이곳에 방을 예약하려면 3~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2019년부터는 오크통에서 숙성한 밀증류주 ‘진맥소주’로 위스키 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전통농업에서 관광, 제조, 수출산업까지 확장한 혁신 기업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억원을 기록한 박 대표는 “생산량을 10배로 늘려 5년 후 매출 100억원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출신인 우공의딸기 박홍희·곽연미 대표가 농장에서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우공의딸기 제공
LG전자와 삼성전자 출신인 우공의딸기 박홍희·곽연미 대표가 농장에서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우공의딸기 제공
국내에서 가장 큰 2만㎡ 규모의 딸기 스마트팜 등 3만㎡의 딸기 농사를 짓는 상주의 기업농 ‘우공의딸기’ 박홍희·곽연미 부부도 각각 LG전자와 삼성전자(19년 근무) 부장 출신이다. 스마트팜 모델을 청년들과 네트워크화해 동남아시아를 상대로 한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꿈을 실현하고 있다.

귀촌 후 10년간 농업 기술을 익힌 뒤 부부의 전문영역인 신사업기획과 해외마케팅을 접목했다. 연간 10억~1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박 대표는 “딸기는 항공 물류로 동남아 시장까지 이틀 안에 보낼 수 있는 수출 유망 품목”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들 창업가의 도전정신이 경북을 ‘농업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농업기술원은 농업 테크노파크과를 신설할 계획이다.

안동·상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