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손톱 깎은 직원 혼냈다가…"1000만원 내놔" 날벼락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직장 내 괴롭힘법이 시행된 이후 2022년까지 3년 반동안 약 2만354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2019년 반년 동안 2130건이 신고됐지만 2020년 5823건으로 급증했고, 2021년 7774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7800여건을 넘었다.

하지만 전체 2만3000여 건 중 고용부가 '개선 지도'를 내린 경우는 2877건(12.2%), 검찰송치는 415건(1.7%)에 그친다. 정부가 관여할 정도로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례는 14%에 못미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공론화 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는 반면, 괴롭힘을 빙자한 허위신고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병원서 손톱 깎다 혼난 직원, "직장내 괴롭힘" 신고

2019년부터 경기도의 한의원에서 근무하던 A씨. 2021년 5월 근무 중 손톱을 깎다가 이를 본 한 환자가 팀장에게 불만을 제기했다. 이를 접수한 팀장은 다음날 직원 9명이 있는 단체SNS방에 ‘어제 오후 근무시간에 손톱 깎으신 분?’, ‘개념 없이 이런 행동 하신 건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A가 "자신이 그랬다"며 주의하겠다고 답했고, 팀장이 A에게 주의를 당부며 마무리 됐다.

하지만 며칠 뒤 돌연 A는 고용노동청에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2020년부터 팀장 주도로 직원들이 자신을 따돌리기 시작했으며, 이번 사건도 그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고용청은 ‘(손톱 깎는 행동에) 주의를 주는 것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A는 그치지 않고 “개념 없이 이런 행동하신 건가요?”라는 발언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경찰에도 고소장을 냈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A는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팀장을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 1000만원을 달라며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는 "(자신에게) 직접 주의를 주는 대신 단체 SNS방에서 주의를 준 것은 따돌림의 일환"이라며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치료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의정부지방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A의 청구를 기각했다(2022나200103). 재판부는 "팀장으로서 직원이 업무 중 진료(치료)가 이뤄지는 공간에서 손톱을 깎은 행위가 부적절한 것임을 지적한 것으로, A도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등 수긍했다"며 "단체방에서 대화가 이뤄진 경위나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A를 망신 주거나 괴롭히려 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허위신고자, '금전 보상' 먼저 언급...신고 어려워하는 진짜 피해자와 구별

괴롭힘을 빙자한 허위 신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무법인 시선의 대표 김승현 노무사는 "허위가 명확해도 회사가 나 몰라라 하는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가해자로 몰려 결국 노무사를 찾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해 수행한 '직장 내 괴롭힘의 허위 신고 실태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허위로 판명 난 직장내 괴롭힘 신고의 '허위신고자'들은 20대 이하, 6개월 미만의 짧은 재직자가 많았다. (목격자 설문조사를 기준으로) 재직기간 6개월 미만이 77%에 달했으며, 20대의 비중은 59.5%에 달했다.
근무 중 손톱 깎은 직원 혼냈다가…"1000만원 내놔" 날벼락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직급으로는 평사원이 92.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대로 허위신고 피해자인 '피신고인'은 중간관리자가 55.4%로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68.9%로 비교적 높았다.

또 허위신고인은 동일 행위에 대한 재신고를 언급하거나, 최대 7회 이상 반복 신고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괴롭힘 피해자가 신고 자체를 어려워한다는 점과 괴리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허위신고자들은 보상을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목격자 기준으로 보상을 언급한 주체는 허위신고자가 87.8%, 사측이 12.2%에 달했다.

서 연구원은 "허위신고인이 요구한 보상은 주로 보상금, 고용계약 연장 등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괴롭힘 신고 사례에서 피해자가 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조치(가해자로부터 분리, 가해 행위 중단)이며 보상이 아니라는 점과 비교된다"고 요구했다.

서울 소재 노무법인에서 일하는 한 공인노무사는 "비위 행위나 저성과 탓에 인사 조치 대상이 된 직원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계약직 직원들이 재계약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허위신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정한 목적달성을 위해 허위신고를 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허위신고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 연구원은 "허위신고인의 근무일이 평균 6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은, '지속성'이라는 괴롭힘의 성립 기준 자체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고가 이뤄졌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의 직장 내 괴롭힘 법적 정의에 객관적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승현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법이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한 데 기여한 것은 사실"면서도 "이제는 허위 신고, 노노갈등 유발 등 심각해지는 부작용의 해결을 고민할 차례"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