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도 회장 "中企 근로자, 근로시간 줄면 대기업과 임금격차 더 벌어져"
부산은 중소기업의 도시다. 전체 기업의 99%가 작은 업체다. 지난 14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사진)은 그동안 중소기업의 현실과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는 데 앞장섰다. 중소기업인의 숙원 사업인 납품단가 연동제나 가업승계 제도 등 굵직한 사안을 제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회장은 개정 중인 주 52시간 근로제와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대기업 소속의 노조”라며 “노조의 보호를 받지 않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근무 시간이 줄면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세 사업장일수록 주 52시간 근로제에 따른 타격이 더 크다는 게 허 회장의 시각이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의 목표는 삶보다 임금이다.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회사로 적극적으로 이직하는데,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등의 문제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경영 시스템이 잘 구축된 대기업이라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영업, 품질관리, 생산, 경리, 총무 등 많게는 1인 5역까지 맡는 국내 중소기업은 얘기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허 회장은 “대표를 대체할 자원이 많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사고가 터지면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처벌 대신 사고 예방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지만, 지역 문제 해결에도 활발히 나서왔다. 기초자치단체의 조합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데 힘을 쏟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부산시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중기중앙회 차원에서 부산의 16개 구·군 중 11곳에서 조례를 만들었다”며 “올해는 부산의 남은 곳과 울산을 중심으로 조례 제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례가 제정되면 개별 조합은 중소기업 지위를 얻게 된다. 기관 지원을 바탕으로 조합이 활성화하면 조합 소속 중소기업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공동 사업을 추진할 길이 열려 지역 경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 회장은 “가장 중요한 현안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이다. 부산 성장의 변곡점이 되는 빅이벤트인 만큼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