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보호관찰소장, 논문서 주장…미국·영국은 이미 시행
"'보호관찰' 디지털 성범죄자, 인터넷 사용 제한해야"
현직 보호관찰소장이 디지털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보호관찰 도중 이들의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형섭 법무부 대전보호관찰소장,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국경찰학회보에 게재한 논문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디지털 기기 사용 제한 특별준수사항 적용 필요성에 대한 논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2018년 한해 2천289건이었던 디지털 성범죄 피해 건수는 2021년 1만353건으로 4배가 넘었다.

2020년 성범죄 백서에 기록된 디지털 성범죄자의 재범비율은 75%로, 일반 범죄(25.7%)나 일반 성범죄(60%)의 재범률보다 높았다.

저자들은 이 같은 높은 재범 우려에도 디지털 성범죄자의 범행을 통제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현행 보호관찰법은 4가지의 '일반준수사항'과 10가지 '특별준수사항'을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부과하지만, 사실상 과음·도박 같은 '나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등 추상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

"'보호관찰' 디지털 성범죄자, 인터넷 사용 제한해야"
반면 해외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을 구체적 규정이 운용되고 있다고 저자들은 소개했다.

미국은 성범죄 치료 필요성이 인정될 때 대상자의 음란물 시청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불법행위를 한다고 의심되는 대상자는 컴퓨터 등 장치를 보호관찰소에 제출해야 한다.

영국도 '성적 위해 예방명령'(Sexual Harm Prevention Orders, SHPO)이라는 규정에 근거해 보호관찰관이 디지털 성범죄 전과자의 컴퓨터·인터넷 사용을 구체적으로 규제할 수 있게 한다.

보호관찰 대상자는 인터넷 사용 기록을 삭제하는 것이 금지되며, 위험관리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설치·검사요청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18세 미만의 사람과 접촉하거나, 허가받지 않은 외장하드·USB를 소유하는 것도 제한된다.

"'보호관찰' 디지털 성범죄자, 인터넷 사용 제한해야"
저자들은 이런 사례를 참고해 보호관찰 시행령에 '잠재적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음란물 사이트, 랜덤채팅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대상자들의 디지털 기기 등록, 컴퓨터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설치 등을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저자들은 다만 "등록 기기 외에서의 인터넷 사용 규제가 어렵고, 구속력 있는 규제를 집행하려면 법률 집행에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며 현실 적용의 어려움도 인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