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과급의 임금성 논란…그 이면엔 '무노동무임금 판결'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특징 중 하나는 직무급제 또는 직종별 연봉제를 기초로 하는 서구 국가와는 달리 기본급 외에 각종 명목의 수당과 상여금의 종류가 많고 그 금액도 총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능률수당, 생산수당, 특수작업수당, 업적수당, 조정수당 등 명칭만으로는 무슨 목적과 요건으로 지급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한 상여금도 하계상여금, 명절상여금, 연말상여금, 창사특별상여금, 체력단련비, 김장지원비 등 성과배분과 무관하게 다양한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다.

왜 이렇게 복잡한 임금체계가 형성된 것일까? 원인은 여러 군데서 찾아볼 수 있겠지만, 과거 임금억제 정책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정책을 펼치면서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인건비 상승을 통제하고 임금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임금억제정책을 시행하자, 기업들이 표면적인 임금 수준 상승을 피하면서 실질임금 인상 효과를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본급은 그대로 두거나 최소한으로 증액하면서 다른 명목으로 각종 수당과 상여금 항목을 만들어 지급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수당과 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를 표면적인 명목만 바꾸어 지급하는 것이므로 애당초 실질적인 임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대법원은 임금의 범위에 관해 근로제공 관련성, 계속·정기지급성, 지급의 확정성(또는 지급의무성)이라는 3가지 판단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다면,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임금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법원은 최근에는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근로제공 관련성을 넓게 해석하거나 심지어는 심도있게 검토하지 않는 경우도 발견된다. 그러한 경향은 근로자 개인의 실적에 연계되는 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 것에서 나아가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하는 경영평가성과급도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아 임금성을 인정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최근에는 민간기업의 경영성과급에 대해서도 임금성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나오고 있다. 집단적인 성과급은 협업의 질까지 포함하여 회사가 요구하는 근로의 질을 높인 것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있다는 이유다.

이러한 판례의 경향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그 단초는 임금2분설을 폐기하고 쟁의행위 기간 중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밝힌 94다26721ᅠ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찾을 수 있다.

대법원은 한때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 데 대하여 받는 교환적 부분과 근로자로서의 지위에 기하여 받는 생활 보장적 부분으로 임금을 2분하고(임금2분설), 쟁의행위 기간 중에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을 갖지 못하는 임금의 범위는 교환적 부분에만 국한된다는 입장을 취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94다26721ᅠ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임금2분설을 폐기하고 쟁의행위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전면적으로 적용하였다. 현실의 근로 제공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근로자로서의 지위에 기하여 발생한다는 이른바 생활보장적 임금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쟁의행위 기간 중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밝힌 위 판결은 그 후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의 확대라는 예상하지 못한 영역으로 파급효과가 나타났다. 근로자가 수당이나 상여금 명목으로 받은 것은 근로를 제공하기 때문이므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당 등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률상 임금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을 산정하는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에 해당하는지는 법률에 규정된 요건과 근거를 검토하여야 하는 별개의 문제이다.

특히 근로자들에게 임금으로 지급한 비용을 제외한 경영이익을 재원으로 하여 이를 분배하는 경영성과급은 기업의 이익을 근로자들이 공유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근로자에게 지급한다고 하여 모두 근로의 대가로 보는 것은 지나친 형식 논리로 보인다. 또한 경영성과급은 임금억제정책으로 인해 실질적인 임금이면서도 표면적인 명목을 달리했던 수당 등과도 생성 경위나 목적이 전혀 다르므로 이를 동일한 평면에 놓고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

현재 대법원에 민간기업의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다투는 사건이 다수 계류되어 있다. 대법원이 이에 대해 어떤 판단기준을 제시할 것인지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대법원의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경영성과급을 보다 선진적으로 개편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경영성과급을 일시에 지급하는 것보다는 장래 근로자 개인의 공헌과 기업의 경영성과에 지급조건을 연계하고 지급 시기도 몇 년에 걸쳐 이연하는 형태로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이연성과급은 경영성과를 근로자와 공유하여 근로자의 사기를 고취하면서도 이를 통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유능한 인력을 계속 유치하기 위한 합목적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영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