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첫 재판서 2021년 11∼12월 통화기록 공개
김용 측 "부패 일당 몰린 정민용이 구명 시도"
검찰 "김용·정민용, 공중전화 통화하고 첩보영화처럼 만나"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 정민용씨와 공중전화로 연락하고 첩보영화처럼 만났다며 이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과 정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공판에서 통화 기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정씨는 주거지에서 1분 거리에 있는 공중전화에서 2021년 11월 26일을 시작으로 김 전 부원장에게 수차례 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또 김 전 부원장과 정씨가 통화한 전후인 2021년 11월 27일과 12월 13일, 12월 29일 세 차례 만났다며 정씨의 메모와 지도 애플리케이션 검색 기록 등을 제시했다.

정씨의 메모에는 '드론' '여의도' '19시' 등이 적혀 있고, 지도에는 여의도의 카페를 검색한 이력이 남았다.

검찰은 '드론'이 김 전 부원장의 이름인 '드래곤'(용)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는 남욱씨와 정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특혜와 배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질 무렵이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만난 다음 날인 2021년 12월 14일 박모 변호사가 정민용에게 연락해 '어제 만난 분이 연락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김용도 아니고 '어제 만난 분'이라고 한 것이 마치 첩보영화를 연상케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남씨가 일면식이 없던 검찰 고위직 출신인 장모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정씨가 김 전 부원장에게 '남욱을 변론할 변호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해 장 변호사를 소개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김용이 정민용과 공중전화로 은밀하게 연락해 세 차례 만나고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남욱을 위해 변호사도 소개해줬다"며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다면 정민용을 만날 이유가 없고 변호사를 소개할 이유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은 "정민용을 만난 사실은 인정한다"며 "부패를 저지른 일당으로 몰린 정민용이 유력 대선 후보의 캠프 핵심 인사인 피고인 김용을 만나 구명 활동을 하려 했고, 김용 입장에선 만나주지 않으면 정민용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불안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 변호사를 통해 연락한 것은 김용이 정민용의 번호를 몰랐고, 그래서 정민용과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박 변호사에게 연락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김용·정민용, 공중전화 통화하고 첩보영화처럼 만나"
이와 별도로 검찰은 민주당이 전모 변호사와 김모 변호사를 통해 유 전 본부장에게 접촉하고 수사 내용을 파악하려 했는데 그 배후가 김 전 부원장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전 변호사는 2022년 10월 검사실로 전화해 유동규 사건을 선임하겠다며 통화하게 해달라고 말해 통화했다"며 "김 변호사도 검사실로 전화해 유동규의 배우자가 근황을 궁금해한다며 유동규와 접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두 변호사는 모두 민주당 김의겸 의원에게 전화해 각자 한 번에 7∼11분가량 통화했다"며 "김 의원은 두 변호사를 통해 유동규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과 유동규의 의사를 확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변호사는 김용 피고인과도 수차례 통화했다"며 "배경에 김용 피고인이 있었던 사실을 누구나 추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작년 국감에서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거듭해서 소환해 조사했고 변호인 접견을 거부당했다며 "검찰이 회유·협박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으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이나 김의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말한 내용만을 근거로 뒤에 김용 피고인이 있었다고 할 수 있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