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때 학폭 가해자에 불이익 줘야" 주장도
학폭→소송→서울대…"검사 아빠 찬스" 2030 분노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정순신(57)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논란에 2030세대가 분노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급생에게 지속해서 언어폭력을 가해 전학 처분을 받고도 행정소송을 벌이고 서울대 진학에 성공한 데는 당시 현직 검사였던 아버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27일 연세대에서 만난 대학생 정모(25)씨는 최근 뉴스를 보며 '이런 일이 아직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씨는 "학폭을 저지르고도 잘 사는 경우가 많으니 사람들이 드라마 '더 글로리'에 열광했다.

실제로는 복수가 어려워 드라마로 분노를 대신 해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카페에서 일하는 박예솔(27)씨는 "피해자가 자살 기도를 했다는 건 삶을 마감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이 컸다는 뜻"이라며 "정작 가해자는 부모 힘으로 전학 처분을 미루면서 소위 '잘 나가는 삶'을 대물림했다.

이게 과연 사회의 공정이고 정의인가 싶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29)씨도 "아버지가 학폭 가해자인 아들 때문에 국수본부장에서 물러나 그나마 정의구현이 됐다"면서도 "부모만 잘 만나면 만사형통인 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김상미(30)씨는 "아들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을 때도 반성하지 않고 적극 방어한 부모의 대응 방식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정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에 지원해 학폭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원생 박모(31)씨는 "정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에 지원하고 아들의 징계 처분을 숨겨 피해자에게 두 번 상처를 줬다"며 "국수본부장이 돼 앞으로 경찰 수사를 책임졌다면 피해자는 더 움츠러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들 정씨가 재학 중인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피해자 인생값이 겨우 감투 하나였나.

누구는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했는데 자리를 내려놓으니 '이젠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글이 올라왔다.

학폭→소송→서울대…"검사 아빠 찬스" 2030 분노
정씨가 수능을 100% 반영하는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것을 두고는 학폭 가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입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학원생 이민호(27)씨는 "고위직 부모를 둔 게 잘못을 저질렀을 때 사회적·심리적으로 기댈 방파제가 되고 있다"며 "정씨의 서울대 합격이 위법한 건 아니지만 피해자의 괴로움을 고려할 때 추후 학폭 가해자에게 페널티를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과 대학 입시, 사회적 계층 등 2030세대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주제들로 분노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 문제는 모든 국민이 당사자"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폭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고위직 자제라는 계층적 요소가 겹쳤다"며 "정 변호사의 아들이 실제 대학에 어떤 과정으로 합격했는지 공개되지 않아 '아빠 찬스'라는 의구심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