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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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이 사직서를 내기 전 사내 커뮤니티에 쓴 글이 화제다. 이 승무원은 대한항공 고객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며 승객에게 제공하는 물, 기내식, 어메니티(편의용품) 등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스마트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스사사)'에는 "대한항공 승무원이 사직서 내면서 사내 게시판에 쓴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친구가 승무원인데 제가 만날 때마다 외항사와 서비스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징징거렸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 이런 글이 올라왔다고 보여줬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올려본다"며 대한항공 승무원 A씨가 쓴 글을 공유했다.

A씨는 "요즘 비행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점점 알게 되는 현실에 더 이상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사직서 쓰기 전에 올려본다"고 운을 뗐다.

그는 "중거리 이코노미 (고객에게) 물 330ml 주는 게 그렇게 아깝냐. 이륙 전부터 물 달라고 하는 통에 이륙준비 하랴, 물 나가랴 정신이 없다 진짜. 장거리 때도 330ml 하나 겨우 세팅 해놓고 최소 10시간 넘는 장거리 승객당 추가로 한 병씩 더 못줄만큼 실어주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 이코노미, 중거리 노선 비즈니스 이상 승객들에게만 330ml 생수를 제공한다. 추가로 생수를 요청하면 승무원이 종이컵에 물을 따라서 준다.

A씨는 "외국인 승객이 와서 물 한 병만 더 달라는데 없어서 컵으로 주겠다고 하니까 당황하더라. 결국 빈 통에 물 담아 달래서 담아주는데 얼마나 민망한지. 다른 승객은 물 종이컵에 두세 잔씩 가져다 줬는데, (승객) 본인이 미안하다고 1.5L 물병 그냥 달라하는데 그것도 그 사람 주면 다른 사람들도 다 달라하니 그렇게 못하는 상황이 진짜 어이가 없다"고 전했다.

기내식에 대해선 "코로나 이후 기내식 양도 줄고 맛도 없어진 거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라며 "남성 승객들은 양이 적다면서 하나 더 달라하는데 요즘 기내식수가 승객수에 딱 맞게 실어줘서 더 줄 것도 없다. 기내식 양 늘리고 퀄리티 신경 좀 써라"고 지적했다.

A씨는 승무원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도 형편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코노미 노선 크루(승무원)들 요즘 장거리마다 남은 음식 샐러드만 있어서 그거 먹거나, 아니면 각자 김밥이나 대체품 싸서 비행 다니는 거 아냐. 10시간 넘는 비행에 샐러드나 라면 먹고 비행하는 게 힘들어서 식사 가지고 다니는 후배들 보면 아무 생각 없으시냐"라고 쏘아붙였다.

A씨는 기내식이 부족하면 승무원들이 먹는 크루밀(승무원 기내식)을 승객에게 제공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다른 항공사들은 크루밀 외에 크루 간식도 실린다는데 여긴 오히려 내 몫인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하는 현실. 노예도 밥 주면서 일 시키는 건데. 더 이상 미래가 없어서 저는 떠난다. 나가는 입장에서 위에 경영진이 한 번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싶어서 써봤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마일리지 사용 개편안과 관련해서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꾸는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단거리는 유리해지고 장거리는 불리해지는 방식이다. 다수 고객은 단거리 구간에 저가 항공편을 이용하고, 장거리를 갈 때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쓰고 있어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빛 좋은 개살구"라며 직접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우선 전체 좌석의 5% 안팎인 마일리지 좌석을 더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