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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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일부 MZ(밀레니얼+Z)세대 신입사원들의 행동 양식에 의문을 표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상에서 이른바 '꼰대'(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기성세대를 속되게 이르는 말)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신입사원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 내가 꼰대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상당한 분위기다.

1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레전드 신입사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입 입시 학원에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작성자 A씨는 "오늘 처음 출근한 신입사원이 화장실에 갔다가 1시간 있다가 복귀하길래 어디 갔다 왔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사생활이니까 묻지 말라'며 '노동청에 신고하겠다'고 하더라"고 적었다.

A씨는 "우리 회사 업무 중에 학생이 쓴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주는 게 있는데, 부장님이 신입사원이 첨삭한 것 피드백 주려고 회의실에 들어갔는데, 신입사원이 회의실에서 울고 있었다"며 "우는 신입사원에게 부장님이 '상담 전화라도 받아보겠냐'고 물었더니 신입사원은 '제가 콜센터 직원이냐'는 말을 시전했다"고 덧붙였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직원들 사이에선 '몰래카메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A씨는 "면접 땐 몰랐는데 '맑은 눈의 광인'이더라"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맑은 눈의 광인'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MZ세대를 풍자하는 코미디 콘텐츠인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코너인 'MZ 오피스' 등장 배우를 일컫는다. 이 배우는 사무실에서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일하느라 상사의 말을 못 듣거나, 식당에 가서 수저통과 가장 가까이 앉고서도 꿋꿋하게 움직이지 않는 모습 등을 보이곤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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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같은 날 블라인드에서는 카카오톡 메시지에 상사의 메시지에 답 없이 공감을 나타내는 '하트'만 남기는 막내 직원의 행동이 갑론을박을 불렀다. '상사 카톡에 하트 다는 신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삼성 계열사 재직 추정 회사원 B씨는 "막내 중에 어리바리한 애가 하나 있다"고 운을 뗐다. B씨 역시 '맑은 눈의 광인'을 언급하면서 "그 캐릭터보다 기가 약한 느낌"이라고 부연했다.

B씨는 "이 막내는 휴대폰에 (사내) 메신저를 안 깔아서 업무적인 것도 다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한다"며 "얼마 전에 카카오톡 한 걸 보게 됐는데, 보통 메시지 받으면 '네 고생하셨어요'라고 끝내지 않냐. 얘는 마지막 메시지에 '하트'를 달았다"고 경악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MZ세대'라고 하는 거, 꼰대들이 우리 비꼬려는 건 줄 알았는데 진짜 머리 빈 애들 많더라"고 비난했다.

B씨가 언급한 '하트'는 2021년 8월 카카오톡이 새로 도입한 일종의 '리액션' 기능으로, 이용자 간 주고받는 메시지에 대해 간편하게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하트 외 '좋아요', '체크', '웃음', '놀람', '슬픔' 등의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B씨는 "살짝 몰래 본 거라서 막내에게 가르쳐주기도 좀 그렇다"며 "'체크' 표시 떡 하니 있는데 하트를 다는 것도 이해 안 가고 진짜 꼰대들이 말하던 MZ 그대로의 모습이라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은 과연 B씨가 정말 꼰대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하트 날리면 죽는 병 있냐?", "답장 안 하는 것보다 낫다", "하트다는 게 나쁜 거냐. 별거 아니다", "별걸 다 거슬려서 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반면 " "대답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대답도 안 하고 하트만 다는 게 이해된다는 거냐. 그럼 나도 꼰대다", "대답 없이 하트만 다는 거면 예의 문제" 등의 지적도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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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많은 직장인이 각자 MZ 사원으로부터 겪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에도 회식 때 고기를 굽지 않고 먹기만 하는 막내 직원을 비판하는 글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종종 보이는데, 과연 MZ세대의 사회성은 정말 낮을까?

MZ세대의 사회성이 X세대(1965년~1982년생)보다 '사회성 점수'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코로나19 시대 MZ세대의 사회성 발달 연구' 보고서에 이같은 결과가 담겼다. 지난해 6~7월 국민 5271명에게 온라인으로 생활 태도, 행동양식 등 사회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질문을 한 결과다.

조사 대상은 13∼18세(후기 Z세대·2004∼2009년생) 중고생 1471명, 13∼18세 학교 밖 청소년 400명, 대부분 대학생인 전기 Z세대(1996년∼2003년생) 800명, 대부분 사회 초년생인 후기 M 세대(1989년∼1995년생) 800명, 전기 M 세대(1983년∼1988년생) 500명, X세대(1965년∼1982년생) 1300명이다.

연구팀은 '나는 쉽게 친구를 사귄다', '나는 친구 혹은 직장동료에게 먼저 말을 건다', '나는 문제나 논쟁거리가 있을 때 친구 혹은 직장동료들과 대화로 푼다', '나는 학교나 직장에서 정한 일은 내가 싫더라도 지킨다' 등의 문장들에 대해 실천 빈도와 중요도를 물었다.

이어 답변 내용을 토대로 사회성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평균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사회성 점수가 평균보다 높은 '일반패턴의 높은 사회성' 유형, 평균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지만 전반적인 점수는 평균보다 낮은 '일반패턴의 낮은 사회성' 유형, 평균과 다른 패턴을 보이는 '비일반패턴의 불안정한 사회적 행동' 유형이다.

가장 긍정적인 유형인 '일반패턴의 높은 사회성' 비율은 Z세대 학생 청소년에서 52%로 가장 많았고, 후기 Z세대인 대학생(49%), 전기 M 세대(42%), 후기 M 세대(20%) 순으로 나타났다. 이 유형에서 X세대의 비율은 19%에 그쳤으며, 학교 밖 청소년은 7%에 불과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집단과 X세대의 경우 '비일반패턴의 불안정한 사회적 행동' 유형이 각각 51%와 42%로 가장 많았으며, '일반패턴의 낮은 사회성' 유형이 43%와 39%로 그 뒤를 이었다. '일반패턴의 높은 사회성' 비율은 각각 7%와 19%로 세대·집단 중 최하위권이었다.

연구팀은 "세대 간 대결 구도에 가려진 세대 내 이질성에 주목해 사회성이 취약한 '세대'가 아니라 사회성이 취약한 '집단'에 지원해야 한다"고 짚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