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소 영향 미미하다' 결론에도 수산생태계 분석 없어 추후 과제로
오염수 방출저지 대응단 "일본측 방사성 핵종 샘플링 신뢰하기 어려워"
韓연구진 日원전오염수 영향측정 한계는…"데이터 신뢰성 관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연구진이 16일 발표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는 우리 해역의 삼중수소(트리튬) 농도에 극히 미미한 양만 추가돼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요약된다.

일본이 계획대로 후쿠시마 오염수를 향후 10년에 걸쳐 방류하더라도 한국 해역에 유입되는 삼중수소 농도는 기존의 10만분의 1 정도가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초자료가 된 일본 측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고, 수산 생태계 등에 미칠 영향은 분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이번에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시뮬레이션은 일본 정부가 밝힌 오염수 방류 실시 계획안을 반영해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10년간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오염수의 62개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처리하고,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자연 해수와 희석해 연간 최대 22T㏃(테라베크렐·베크렐은 방사능 단위) 이하로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양 기관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입자추적 기법 기반 방사능 물질 확산 모델에 대입하면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출된 삼중수소는 해류를 타고 10년 후 북태평양 전체로 확산한다.

우리나라 관할 해역에 유입되는 삼중수소는 2년 후 0.0001㏃/㎥ 농도로 일시적으로 유입됐다가 4∼5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온다.

10년 후 약 0.001㏃/㎥ 내외 농도로 수렴된다.

0.001㏃/㎥는 현재 국내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 172㏃/㎥의 10만분의 1 수준이다.

이는 분석기기로도 검출되기 힘든 정도의 농도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韓연구진 日원전오염수 영향측정 한계는…"데이터 신뢰성 관건"
이번 연구는 국내 기술로 과학적·객관적 시뮬레이션 모델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남아있다.

먼저 기초 자료로 반영된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과 데이터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방출저지대응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일본 동경전력이 태평양도서국가포럼 과학자 패널 소속 전문가에게 제공한 자료를 보면 1천개가 넘는 오염수 저장 탱크 중 4분의 1만 샘플링을 진행했고 전체 64개 방사성 핵종 중 9개만 샘플링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본의 다핵종제거설비 정화 능력도 데이터상 신뢰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방사능 핵종에 대한 분석이 빠져 있고 수산 생태계에 축적될 방사성핵종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를 진행한 김경옥 해양과기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실시계획 자료만을 가지고 시뮬레이션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실제로 생태계나 수산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한 판단은 추후 연구를 통해 밝힐 문제"라고 한계를 인정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가 '학술대회'라는 형식을 통해 공개된 것을 두고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정부 입장으로 공식화하기에 부담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연구 자체는 정책과 다른 과학적 팩트다.

연구 결과를 참고해서 정부가 앞으로의 대응 방향을 정할 수 있다"며 "연구자들이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가 학술적으로 먼저 다뤄지기를 원해서 학회에서 하는 게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각 기관에서 세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책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양수산부는 해역·항만 방사능 조사정점을 올해부터 52곳으로 기존보다 7곳 늘린 상태다.

수산물 원산지·수입이력 관리를 강화하고 모든 품종의 수산물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2배 이상 확대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우리나라 해안 주변 40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세슘과 삼중수소 농도를 분석하고 이를 해양환경방사능 감시망에 공개하는 해양 모니터링을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