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규격 따라 만들었지만 자체 평가서 '낙제'
섬유유연제 탓 실패한 군용장구…법원 "입찰 제한 지나쳐"
방위사업청이 신형 군용 장비 개발에 실패한 업체의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A사가 방위사업청장을 상대로 낸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을 1심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 11월 A사가 향후 6개월간 국가 조달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

A사가 2018년 2월까지 신형 화생방 보호의를 연구·개발해 공급하기로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고, 다른 사업 계약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A사가 공급하기로 한 신형 화생방 보호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여러 번 세탁 후에도 성능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었다.

문제는 세탁 조건이었다.

A사는 미국 국방규격에 따라 소형 세탁기에서 섬유유연제 없이 세탁하는 조건으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군의 평가에서는 대형 세탁기에 섬유유연제를 첨가해 세탁해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전문가는 평가 과정에서 섬유유연제에 쓰인 계면활성제가 보호의 중화제의 성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A사의 개선 의지에도 여러 차례 실패가 반복되자 방위사업청은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A사는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 정지도 신청했다.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데 이어 본안 소송에서도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한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또 "원고(A사)로서는 피고(방위사업청)가 세탁성 평가 기준으로 미 국방규격을 기재했음에도 실제 세탁 시에는 섬유유연제를 사용할 것임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결함에 대한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