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쌍방울 前회장 재판행…이재명 '사법 리스크' 더 커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사진)이 불법 대북 송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북한에 준 자금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위해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이 대표가 사건에 개입했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수원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3일 김 전 회장과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대북 사업을 추진하면서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 등 지급 명목으로 약 800만달러를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2억6000만원 규모 뇌물 및 3000만원의 정치자금 제공 △계열사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계열사 자금 약 635억원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 양 회장에게는 김 전 회장과 공모해 회삿돈 358억원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 기소를 계기로 이 대표가 대북 송금에 관여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고강도 수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북한에 보낸 800만달러 중 300만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라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대표의 개입 의혹에 불이 붙은 상태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쌍방울과 경기도, 북한 주요 인사가 모여 대북 사업을 논의한 뒤 이 전 부지사의 휴대폰을 통해 이 대표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18~2019년 광림, 나노스 등 쌍방울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는 대북 사업 호재를 타고 크게 뛰었다. 이 대표가 이를 예견하고 2018년 쌍방울에 전환사채 20억원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 수임료로 지급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를 에워싼 사법 리스크는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검찰은 지난달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위례·대장동 사건으로 연이어 이 대표를 불러들여 조사했다. 위례·대장동 사건과 관련해선 이달 한 차례 더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김진성/최한종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