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연료비에 강원 농가 시름…시설 농사 포기 속출도
[르포] "2배 뛴 기름값에 올겨울 딸기 농사 다 거뒀습니다"
"추운 겨울이면 800만원 이상 벌어주는 전략 작물인데 기름값이 2배나 뛰어서 감당하기 힘드네요.

결국 딸기 농사 다 거둬들였습니다.

"
2일 강원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에서 친환경 농장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스마트팜 내 텅 빈 딸기 재배 시설을 바라보며 한숨 지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연료비를 감당할 재간이 없었던 까닭이다.

해당 농가는 등유와 전기로 난방하는데 평년이면 한 달 치 연료가 보름이면 동이 나는 실정이다.

예년의 경우 한 달 전기요금이 70만원가량 나왔는데 올해 12월은 140만원을 넘어섰다.

등유 1천400L(리터)도 200만원을 들여 채웠다.

올겨울 유난히 춥고 흐린 날도 많아 비닐하우스 내 습도를 낮추려면 온도를 높여야 하는데 도무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온도를 낮추니 곰팡이병 등 병해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는데, 친환경 농가라서 농약을 칠 수도 없었다.

결국 김씨는 시설 내 딸기를 모두 거둬들였다.

겨울이면 직거래와 농촌 체험 활동 등으로 800만원 이상 소득을 거뒀지만, 올해는 이를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설 안에서 재배하는 쌈 채소 역시 적정 생육 온도를 맞추기 힘들어 소비자에게 내다 팔기 힘든 실정이다.

김씨는 "엽채류 적정 생육 온도인 12도를 유지하기에는 난방비 부담이 크다"며 "채소 출하 물량은 줄어드는데 연료비는 치솟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르포] "2배 뛴 기름값에 올겨울 딸기 농사 다 거뒀습니다"
화훼 농가도 연료비 부담에 짓눌리기는 마찬가지다.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에서 튤립과 라넌큘러스, 백합을 재배하는 임모(49)씨는 줄어든 화훼 수요와 치솟은 기름값에 농가 경영을 이어가기 힘들 지경이다.

꽃의 종류에 따라 15도까지 시설 온도를 높여야 하지만,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린 올겨울 날씨에 더 많은 기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말연시에 반짝 수요로 숨통이 트인 것도 잠시, 지금은 꽃이 죽지 않을 정도로만 기름을 때고 있다.

자라지 않은 꽃은 내다 팔 수 없기에 매출은 급감하고, 줄어든 소득은 다시 연료비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임씨는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난방비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시설 농가를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소득 감소와 연료비 부담의 이중고를 겪는 농민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르포] "2배 뛴 기름값에 올겨울 딸기 농사 다 거뒀습니다"
농가의 어려움은 주유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겨울철이면 시설 농가에 연료를 대는 춘천 읍면지역 한 주유소는 최근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농업용 면세유 가격이 크게 뛰면서 연료비를 아끼거나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해 주문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주유소 관계자는 "단골 농민들의 사정을 들으면 그 고통이 고스란히 마음에 닿는다"며 "정부가 농가에도 에너지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겨울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그 어려움은 소비자 지갑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가로 인한 농가 어려움이 커짐에 따라 강원도는 대책 마련 움직임을 보인다.

강원도 관계자는 "현재 시군별 겨울 재배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면세유, 전기 등 에너지 품목별 지원 대책 수립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