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정주여건 개선 기대"…지자체 교육행정 전문성 지적도

정부가 1일 2조원 규모의 지역대학 지원사업 체계를 수술하기로 한 것은 규제 완화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비수도권 대학과 지역이 함께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경쟁력을 잃은 지역대학이 존폐 위기에 놓이고, 이 때문에 주민들은 더 좋은 교육여건과 직장을 찾아 다시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교육행정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번 사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지역 함께 소멸할 위기"…지역대학 지원체계 대수술(종합)
◇ "지역·대학 같이 소멸하는 극단적 위기 올 수 있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말로 표현되는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는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수험생이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학과는 전국에 26개(14개 대학)였는데 모두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치는 대학은 68개였는데 59곳(86.8%)이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정시모집 지원 기회가 3번인 점을 고려하면 입시업계에서는 경쟁률이 3대 1이 안되는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전망은 현 상황보다 더 암울하다.

2021년 태어난 출생아는 26만500명에 그쳤고, 작년 11월 출생아는 1만8천982명으로 월간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1년 이후 11월 기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학생 수가 계속 줄면 지역대학이 경쟁력을 잃고 청년층은 수도권 소재 대학과 기업으로 향하는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현재 대학 입학정원이 47만명인데 2021년 출생아 26만명 중 70%가 대입 자원이라고 본다면 2040년 신입생 수는 18만명"이라며 "역대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규제 완화와 재정확충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안하지 못했고, 문제는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같은 행사에 참석해 "지역대학의 문제는 대학의 문제이자 지역의 문제"라며 "대학과 지역이 같이 소멸하는 극단적 위기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지역대학을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주 여건 개선·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정부는 결국 중앙정부가 쥐고 있던 지역대학 지원사업 예산 집행권을 지자체에 넘겨 대학과 지역을 함께 지원하는 방안을 택했다.

"대학·지역 함께 소멸할 위기"…지역대학 지원체계 대수술(종합)
사업이 효과가 내려면 대학이 일일이 사업계획서를 써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타 가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육부는 산학협력 등 지역 수요를 고려하고 지자체와 협력해야 하는 사업의 경우 지자체가 주도권을 갖고 대학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기로 했다.

예를 들면 대학이 해당 지역 사양 직종 재직자를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교육을 하고, 지자체는 지역기업 수요를 분석해 일자리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대학과 실수요에 기반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30개 규모로 육성할 글로컬 대학의 경우 지역적으로는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컬 대학이 지역의 교육여건을 한 단계 높여 해당 지역에 계속 거주하는 인구를 늘리고 동일지역 내 다른 대학의 성장도 촉진한다면 국가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전망이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이런 큰 변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지자체가 지역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더라도 교육행정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업의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각 지자체에 교육협력관을 파견하기로 하는 등 대비책을 세우고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수행·평가 주체가 모두 지자체가 된다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어떻게 성과관리를 할 것인가에 대해 별도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 정책관은 "일부 지자체가 (교육행정에 대해) 경험이 없고, 지역별 편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시스템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며 "성과 분석을 해서 계속 피드백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자체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육성 대학을 직접 고르게 한 점 역시 지자체의 선택을 받지 못한 나머지 대학의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지자체가 관내 대학을 고르게 지원하지 않고 편중해 지원한다면 라이즈 사업은 결국 대학의 서열과 도태 방안이 될 수 있다"며 "라이즈 사업을 핑계로 중앙정부가 균형발전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라이즈 체제를 통해 퇴출 대학이 자연스럽게 퇴출당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라며 "목적은 지역 대학과 지역의 동반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