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 면책 보장 등 확실한 처우·인식개선 필요"
의대 정원 확대 놓고는 찬반 의견 갈려

정부가 31일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중증·응급 분야와 분만·소아진료 분야 수가 보상을 강화하고 지방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필수의료 분야 업무 강도를 낮추고 처우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정부 대책으로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고와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지 현장 의사,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보상 늘려 필수의료 붕괴 막을 수 있을까…전문가 의견은
▲ 이주영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응급학과 교수
과거 대학병원마다 적자로 인해 운영을 줄이던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대해 수가를 2배 인상하면서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운영하는 유인이 된 선례가 있다.

이런 면에서 소아 중환자실 및 병상 입원 수가 보상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소아암 지방거점병원은 대도시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적 인식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설되더라도 기대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야간·휴일 소아 진료를 담당할 역할을 민간 달빛어린이병원을 지정해서 정부가 지원한다 해도 근본적인 처방이 되긴 어렵다.

타과보다 업무 강도가 과중한 소아과 의사에게 야간 응급 진료까지 떠맡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소아 환자의 야간·응급 진료 과밀 문제는 경증 환자가 과도하게 몰리기 때문인데 지역 및 동네 병의원도 진료 역량이 충분하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손실 사후보상제도 보상 규모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적자가 나는 환경 자체를 근본 개선하는 대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과거와 비교해 소아과 전문의의 절대적 숫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불가항력적 또는 선의의 의료 행위로 야기된 의료사고에 대해 의사가 책임·처벌을 받는 선례들이 쌓이고 업무 강도 대비 처우가 낮다 보니 소아과 전문의들이 소아 진료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 배분이나 의대 정원 확대도 근본적으로 소아 진료 붕괴의 개선책이 되기 어렵다.

소아과를 기피하게 하는 이유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소아과 전문의들이 대학병원으로 돌아와 응급 및 중증 환자를 볼 수 있도록 하려면 의료과실 형사처벌에 대한 적극적 면책을 법으로 보장하고 급여·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동네 소아과 의원에 대한 수가도 소아 진료 특성상 진료 시간이 길고 부담이 더한 특성을 고려해 현실화해야 한다.

보상 늘려 필수의료 붕괴 막을 수 있을까…전문가 의견은
▲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
정부의 근본적 문제 진단과 분석이 부족하다 보니 체계적인 대책이라기보다는 파편적으로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놓은 내용이라고 평가한다.

의료취약지 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방안은 해당 지역에 대형 병원이 들어서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지역수가 도입 등 수가 강화 방안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고 해도 실제 충원은 약 15년 후에 가능한 일이다.

그 사이 인력 수급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

현재 야기된 필수의료 문제는 해당 과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대형병원에서 의사를 뽑지 않거나, 의사들이 더 많은 수입을 위해 개원을 하기 때문이다.

즉, 인력 배분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지 절대적인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과거 흉부외과 수가를 대폭 인상했으나 흉부외과 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경험을 이미 했다.

결국 병원 전문의 정원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보상 늘려 필수의료 붕괴 막을 수 있을까…전문가 의견은
▲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정부 정책의 골자는 공공정책수가 도입 등 수가보상 강화인데 의료계에 유인책을 제시하고 필수의료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수가와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이 직접적 관계가 있지는 않다.

수가는 의료기관이 받는 것이지, 수가를 확대한다고 해서 종사자인 의사의 실제 처우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흉부외과 수가를 인상했지만, 흉부외과 전문의는 계속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근본적으로는 의대 정원 증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필수의료나 취약지역 배분 부족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논리는 그간 반복된 반대 논리에 그친다.

정부가 의사 전문과목 배정에 대한 강제 권한이 없는 한, 근본적인 정책적 대안은 의대 정원 증원뿐이다.

전체 인력 자체가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므로 의대 정원 증원의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실제 충원까지 시일이 걸린다 해도 늦었지만 안 할 수 없는 일이다.

의료진의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감 완화 방안은 도입 시 세부 규정 내용과 운영 방식이 중요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