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된 30일 오전 서울 5호선 광화문역 대합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된 30일 오전 서울 5호선 광화문역 대합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버스나 지하철에서만 마스크를 써야 하는 줄 아는 손님이 많아요.”

택시기사 김양완 씨(62)는 30일 아침 출근길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 두 명을 태웠다. 나머지 세 명은 다행히 마스크를 썼다. 김씨는 “손님에게 줄 여분의 마스크를 준비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2년3개월 만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 전국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두고 혼란이 빚어졌다. 실내 공간 대부분이 ‘노마스크 존’으로 풀렸지만 대중교통과 병원, 약국 등 감염 취약 시설에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탓이다. 의무 착용 기준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벗기 복잡하다며 전날과 같이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도 많았다.

전국의 상업시설에선 고객들과의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대형 쇼핑센터에 자리한 약국이 대표적이다. 대형 쇼핑센터는 마스크 의무 착용 시설이 아니지만 약국에선 꼭 착용해야 한다. 서울 신도림동 현대백화점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신모씨(48)는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벌컥 화를 내는 손님도 있었다”며 “문 앞에 ‘약국은 마스크 착용’이라는 안내 문구를 붙여놔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계속 착용하겠다는 시민도 많았다. 버스나 지하철, 택시를 이용할 때마다 마스크를 쓰느니 계속 착용하겠다는 것. 서울 여의도동에서 일하는 직장인 강민환 씨(39)는 “당분간 입과 턱만 가리는 ‘턱스크’를 하고 다니려 한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당분간 마스크를 씌우겠다는 분위기다. 이날 수도권 일선 학교엔 학생 대다수가 마스크를 쓴 채 등교했다. 이날 오전 서울 광장동 광장초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박모씨는 “아이들이 마스크 쓰는 게 습관이 된 터라 일단 마스크를 씌워 학교에 보냈다”고 말했다. 학원들 가운데엔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을 풀기로 했다가 학부모들의 걱정에 급히 방침을 바꾼 곳들도 있었다. 서울 독산동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는 김민석 씨(33)는 “학생들 사이에 코로나19가 퍼질까 걱정하는 부모님들의 마스크 착용 요청이 쏟아졌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가급적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의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벗으면 학교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고 가정으로 번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며 “정부가 마스크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계속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로 업황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서울 명동의 화장품 가게는 마스크로 가렸던 입가를 꾸미기 위해 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을 둘러보는 고객들로 오전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게들은 앞다퉈 색조 화장품의 테스트 제품을 평소보다 두 배 넘게 진열했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던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색조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며 “실내 마스크까지 해제되면서 매출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헬스장도 신규 고객 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구모씨(38)는 회원들에게 제공할 운동복 50벌을 최근 새로 주문했다. 구씨는 “러닝머신과 같은 유산소 운동 기구를 마스크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돼 지난주부터 등록 문의가 평소보다 50% 넘게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광식/최만수/조봉민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