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양성체계 개편, 시설기준 정비 등 난제 많아 '산 넘어 산'

정부가 초등학교 취학 전 아동의 교육·돌봄 격차를 줄이기 위해 30여년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있던 유치원·어린이집 체제를 통합하는 첫발을 뗐다.

하지만 두 기관 통합을 위해서는 우선 교사 양성체계를 개편하고 시설기준을 정비하는 등 교육계와 보육계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현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등 취학 전 교육격차 줄이자"…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첫발(종합)
◇ '두 지붕' 어린이집·유치원, '한 지붕'으로 통합 본격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30일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내놓은 것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지 않을 경우 초등학교 취학 전에 생긴 교육·보육격차가 상당히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초등 취학 전 교육격차 줄이자"…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첫발(종합)
현재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관할하는 유치원은 '학교'로 분류되고, 만 3∼5세 유아 교육을 담당한다.

이에 비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관할하는 어린이집은 사회복지기관으로 분류되고, 만 0∼5세 영·유아 보육을 맡는다.

시설기준은 물론 교사 자격 기준과 학비·보육료 재원도 다르다 보니 어떤 기관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학부모와 아이들이 체감하는 교육·돌봄 여건이 다르다.

예를 들면 사립유치원의 경우(2022년 4월 기준) 정부의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 지원금 외에 학부모가 평균 13만5천원을 더 부담한다.

급식은 무상인데 단가가 2천800원∼3천435원 수준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료 추가 부담은 없지만 급식비 단가는 2천500원이고 누리과정 지원금 안에 포함돼 있다.

이런 가운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비율은 높아지고, 기관을 처음 이용하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만 0∼5세 영유아의 유치원·어린이집 이용률은 2011년 69%에서 2021년 86%로 높아졌고, 어린이집에 처음 다니게 되는 월령도 2009년 30개월에서 2021년에는 21.8개월로 낮아졌다.

"초등 취학 전 교육격차 줄이자"…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첫발(종합)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생애 첫 단계인 0세부터 질 높은 교육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고자 한다"며 "그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유보통합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 교사 양성체계 개편, 시설기준 정비 등 '난제'
지금껏 주무 부처조차 정하지 못하고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유보통합을 추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교육부와 복지부의 이번 발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교육계와 보육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교사 양성 체계와 처우, 시설기준을 통일해야 하는 '난제'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 또는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또는 아동복지학 등 관련 분야)을 전공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특히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임용시험을 치러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야 한다.

어린이집 교사는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는 것 외에 학점은행제를 통해서도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월평균 급여도 통상 유치원 교사가 어린이집 교사보다 높다.

보건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2년 전국보육실태조사'와 '2012∼2013년 유아교육연차보고서'를 비교해 살펴본 결과 2011년 기준 국공립 유치원 교사 급여는 월평균 385만원, 사립 유치원 교사는 214만원이었다.

이에 비해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월 급여는 평균 188만원,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145만원이었다.

시설 기준도 다르다.

건물과 놀이터 면적에 대한 기본 시설기준은 물론 폐쇄(CC)회로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지도 달라 어느 한쪽으로 기준을 통일할 경우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통합 교육·보육기관에 대한 청사진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지에 따라 유보통합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추진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구체적인 통합 모델과 교사 양성체제 개편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는 "재정을 포함한 관리체계 통합 방안을 2023년 상반기에 수립하고, 교사 자격·시설기준 개선 등을 포함한 새로운 통합기관의 모습은 정책연구와 위원회 논의 등을 통해 2023년 말에 시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