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무혐의 처분된 사건"…한동훈 장관은 "한번도 무혐의 처분된 적 없어"
경찰 불송치 권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산물…'1차적 수사종결권'에 해당
불송치 결정을 '무혐의 처분'으로 볼지는 법조계 내에서도 이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경찰이 무혐의 처분했는지의 진위를 두고 사건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간 설전이 오갔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검찰의 소환 요구를 받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에 서서 이번 소환조사가 유례없는 탄압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 "이미 수년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동훈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그 사건(성남FC 후원금 의혹)은 무혐의 처분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무혐의 처분됐다고 누가 말한다면 그건 그냥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이 대표는 '무혐의 처분됐다'고 규정한 반면 한 장관은 이를 거짓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4∼2016년 축구팀 성남FC의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 등으로부터 후원금 160억여원을 유치했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의 사건이다.

2018년 바른미래당의 고발로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가 수사하다가 2021년 9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고발인이 이의를 신청했고, 이에 따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사건을 송치받아 검토한 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결국 분당경찰서의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이 직접 수사에 나서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며 보완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관건은 애초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한 분당경찰서가 내린 불송치 결정을 무혐의 처분으로 볼 수 있느냐이다.

[팩트체크]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불송치한 것은 무혐의 처분이다?(종합)
◇ 경찰의 '불송치' 결정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생겨난 신설조항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이해하려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역사를 복기해봐야 한다.

2020년 2월 개정 전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에 따르면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돼 있었다.

당시 경찰은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는 있으나 이같이 검사의 지휘를 받게 돼 있어 검찰과 경찰 간 위상이 평등하지 못했다.

하지만 개정 형소법은 검찰과 경찰이 "수사, 공소 제기 및 공소 유지에 관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못 박으면서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했다.

경찰이 범죄 혐의를 수사하다가 범죄 혐의가 인정된 경우에만 해당 사건을 검찰에 넘기도록 한 것이다.

이때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넘기는 것을 '송치'한다고 표현한다.

과거엔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단,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기소 의견'을, 인정되지 않으면 '불기소 의견'을 달았을 뿐이다.

신설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형소법 제245조의 5에 근거 규정이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하 수사준칙)의 제51조에 나와 있다.

수사준칙 51조엔 '혐의 없음', '죄가 안 됨', '공소권 없음' 등의 경우에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돼 있다.

혐의 없음은 피의사실이 인정되지 않거나(범죄 인정 안 됨),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는 경우(증거 불충분) 등을 말하고, 죄가 안 됨은 피의사실이 범죄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위법성 조각 사유(정당방위·긴급피난 등 위법성을 배제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공소권 없음은 피의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의 시효가 완료되는 등의 이유로 공소권이 사라진 경우를 가리킨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분당경찰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증거 불충분에 따른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팩트체크]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불송치한 것은 무혐의 처분이다?(종합)
◇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1차적 수사종결권'
그럼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을까.

2020년 2월 개정 형소법은 정부가 2018년 6월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기반을 둔다.

정부는 여기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권을 두고 '1차적 수사종결권'이라는 용어를 썼다.

같은 날 법무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안의 내용과 의미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도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수사종결권은 말 그대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권리다.

과거 경찰은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일단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했다.

수사종결권은 검찰에만 있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서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을 제시했더라도 검찰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최종적으로 죄가 인정된다고 보면 기소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기소 처분을 했다.

이런 전후 맥락을 고려하면 '1차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어쨌든 불송치 결정으로 경찰에 수사를 종결할 권리가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분당경찰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면 '1차적'으로는 무혐의 결정이 났다고 판단할 수 있는 셈이다.

[팩트체크]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불송치한 것은 무혐의 처분이다?(종합)
◇ 법무부 "경찰 불송치 결정은 검찰이 서류검토 마쳐야 완료되는 것"
그런데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는 사후적 통제 장치가 있다.

고소인 등의 이의 신청과 검찰의 서류 검토가 그런 장치다.

이 사후장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다.

우선 고소인, 고발인 등이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면 경찰은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이렇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를 다시 수사할 수가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도 바로 이런 경우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검찰이 한번 검토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

불송치 결정의 근거 조항인 형소법 제245조의 5에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경찰은 관련 서류와 증거를 검찰에 '송부'하도록 했다.

검찰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형소법 제245조의 8)하기 위해서다.

단, 검찰은 경찰로부터 받은 서류와 증거물을 90일 이내에 경찰에 돌려줘야 한다.

검토 시한을 90일로 한정한 것이다.

이런 법 규정을 보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했더라도 관련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고, 검찰의 서류 검토 기간(90일)에 뒤집어질 수가 있다.

따라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무혐의 '처분'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대두될 수 있다.

행정처분이라고 하려면 행정관청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져 개인의 권리·의무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여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진행 중인 과정이고, 검찰의 서류 검토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단이 있은 후 관련 서류가 다시 경찰로 넘어가야 불송치 결정이 처분으로서 마무리된다는 논리다.

법무부는 "무혐의 처분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한 장관의 발언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에서 사건 기록을 보고 불송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해당 기록을 되돌려주면 불송치 사건이 일단락된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검찰의 서류 검토 기간에 고발인의 이의 신청으로 사건이 검찰로 송치돼 재수사하게 됐으므로 무혐의 처분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소법)의 제27조를 보면 '검사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사법경찰관으로부터 불송치 결정을 받은 자'로 나와 있듯이 처분과 결정을 달리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의 사건 수사·공판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에선 검찰의 불기소를 처분이 아닌 결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과거에는 '불기소 처분'으로 돼 있었지만 대통령령인 수사준칙의 시행에 발맞춰 '불기소 결정'으로 대체된 것이다.

[팩트체크]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불송치한 것은 무혐의 처분이다?(종합)
◇ "경찰 불송치는 그 자체로 종국적 수사종결권" 견해도 있어
반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종국적' 수사종결권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부산고등법원 판사 출신인 김현철 변호사는 '개정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불송치 결정의 법적 성격, 통제 방법 및 통제 방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고찰'(2021)이란 논문에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잠정적 처분으로 간주하는 것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 자체와 통제 방법을 혼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소인의 이의 신청이나 검찰의 기록 검토 등은 "불송치 결정에 대한 통제 방법에 지나지 않으므로 불송치 결정의 종국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는 처분이며, 검찰의 검토나 이의 신청은 그런 처분에 대한 사후적 통제 장치로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검찰이 어떤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는데 그 뒤에 불기소에 불복하는 항고·재항고나, 재정신청이 이뤄진다고 해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잠정적' 처분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함으로써 불송치의 종국적·확정적 의사가 표시돼 종국적 처분이 되는 것이고, 그 이후의 이의 신청 등 통제 방법은 종국적·확정적 처분이 잘못된 경우를 시정하기 위한 후속 절차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무혐의 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는 현행 법체계에서 모호한 구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불송치 결정과 이후 검찰의 서류 검토를 하나의 연결된 과정으로 본다면 이번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하나의 종결된 과정이고 검찰의 서류 검토를 사후통제 방법이라고 보는 입장이라면 이번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이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