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와 시의회 청사. 고양시
고양시와 시의회 청사. 고양시
경기 고양시가 올해 본예산에 포함시켰던 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예산이 고양시의회 예산안 심사에서 삭감됐다. 이동환 고양시장의 1호 공약인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추진을 위한 용역비였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첫걸음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고양시가 올해 시정 살림에 필요한 예산안의 의회 통과 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양시와 고양시의회의 예산안 충돌이 절정에 달한 분위기다. 이 시장 등 시청 집행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시정 발목잡기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삭감된 예산안 통과를 추진한 의회 관계자는 "시 집행부는 더불어민주당과 협의없이 전임시장 시절의 주력 예산을 대거 삭감한 채 의회에 넘겼다"고 말했다.

▶본예산 확정…시 "308건 110억원 삭감"

시의회는 이달 20일 제27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본예산을 확정했다. 이번 예산심사에서 총 308건서 110억 2958만원이 삭감됐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근간이 될 ‘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4억원, 서울시 기피 시설로 피해를 참아온 고양시민의 권리 회복을 위한 ‘시 경계 현황조사’ 예산 3821만원, 전략산업 유치를 추진할 ‘바이오 콘텐츠 전략적 투자유치 지원’ 2억원, 지하공간 복합개발 기본구상 용역 2억7300만원, 고양시 성장관리방안 재정비 용역 2억원 등이 삭감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벤처기업 육성 촉진지구 지정계획 수립용역 6000만원 △로봇박물관 건립 타당성 연구용역 2200만원 △건강 취약계층 미세먼지 방진창 설치 9억원 △고양시민복지재단설립 계획수립 용역 2200만원 △고양박물관 설립 타당성 조사용역 2억원 △한옥마을 조성 타당성 조사 용역 1억원 등 민선 8기 공약 관련 사업예산이 삭감됐다.

건강 취약계층 미세먼지 방진창 설치의 경우 어린이집, 경로당 등 1073개소에 대해 3년간 순차적으로 방충망을 방진창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이번 예산삭감으로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졌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의회 예산은 삭감없이 통과

시가 이번 의회의 예산안 통과 결과에 발끈한 사례는 공무원 업무추진비 208건 13억2633만원은 삭감하면서 시의회 업무추진비(2억3405만원)와 의원 국외연수 출장비(3억2000만원)는 삭감 없이 전액 편성된 것.

시의 업무추진비는 경제자유구역 선정 등 자족도시 실현을 위한 업무 등에 사용되는 예산이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시의회가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며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의결이며 명백하게 시민과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법 제120조 및 제121조는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 또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 등에 대해 지자체장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의회의 결정은 집행부의 사업추진 의지를 꺾고, 의회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며 "예산안 심사가 시 직원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고양시는 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고, 시의회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17석씩 동수를 이루고 있다. 시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엄성은 예산결산특별위원장(국민의힘 소속)은 "무원칙의 기준으로 이뤄진 막무가내식 예산삭감에는 동참할 수 없다"며 사임하고 공소자 부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선임돼 예산안이 통과됐다.

이에 공소자 고양시의회 예결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전임 시장시절의 사업예산이 삭감된 채 편성돼 증액예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독선과 불통의 시정은 현 시장이 펼치고 있다"고 되받았다.

고양=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