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거부 선언 동참한 투명가방끈 활동가 인터뷰
수능 거부 후 12년…"대학 합격여부가 자기 가치 결정하지 않아"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고 자신의 가치가 낮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
10여 년 전 경쟁 교육에 반대하며 대학 입시를 거부한 학생들이 있었다.

학력·학벌 중심이 아닌 대안적 삶을 찾겠다는 이유에서다.

시간이 흘러 30대가 된 지금, 그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고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2011년 대학입시 거부선언을 했던 둠코 씨와 난다 씨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투명가방끈' 사무실에서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투명가방끈은 대학입시 거부선언을 계기로 결성된 단체다.

둠코와 난다는 고등학교 자퇴 후 아수나로 등 청소년 인권단체에서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함께 했다.

이후 입시경쟁 교육, 학력·학벌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알리자는 생각에 동료들과 함께 2011년 투명가방끈 활동도 시작했다.

이들이 입시를 거부한 이유는 명료했다.

둠코는 고등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야자)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 갑갑함을 느꼈다고 했다.

고민 끝에 1학년 1학기 때 자퇴서를 제출했다.

둠코는 "어느 순간 대학이 제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지가 됐다.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 위해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닌가.

저는 사기업의 정규직이 되는 선택지를 안 보게 되면서 대학입시 거부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난다에게는 '사건'이 있었다.

고2 때 야자를 하지 않던 난다를 향해 학년주임은 '배추장사나 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학교 다니길 버거워하던 딸을 위해 자퇴를 상담하던 어머니에게 학년주임은 '저렇게 딸을 내버려 두면 시집을 못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난다와 어머니는 그날 자퇴를 결정했다.

대학이라는 진로를 포기하고 경험한 세상에선 그제야 다채로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둠코와 난다는 본격적으로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는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경험치도 하나씩 쌓아나갔다.

수능 거부 후 12년…"대학 합격여부가 자기 가치 결정하지 않아"
둠코는 "여기서는 저의 학력이나 나이를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

서로한테 배우고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를 존중하는 공간이었다"며 "적어도 내가 경험한 학교는 그렇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긴 터널도 존재했다.

함께 청소년 인권운동을 하던 친구 중에서 대학을 다시 준비한 친구도,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사기업에 들어간 친구도 속속 생겼다.

난다는 "20대 중반쯤, 지금이라도 대학에 가야 하나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30대는 서비스직도 안 써준다는 이야기도 있어 불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난다는 "오기가 생겼기 때문이랄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후회해본 적이 있냐고 묻자 난다는 "해본 적 없다면 사실 거짓말이지만 지금은 안 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하는 비슷한 생애주기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이 길이 너무 획일적"이라며 "다양한 길을 개척하려는 사람도, 좁은 길을 가려는 사람도 있다.

크고 넓은 길만 전부가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투명가방끈 활동의 연장선상으로, 대학 비진학자들의 주거 안정,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다다다 협동조합 활동에도 조합원으로 참여 중이다.

이들에게 대입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합격과 불합격으로 너무 자책하거나 초조해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둠코는 "대학에 합격하거나 불합격하는 경험 이외에도 앞으로 자신이 거절당하거나 선택당하는 일들이 연속될 것이다.

사회에서의 학력과 학벌 차별도 여전하다"며 "그러나 대학 입시 등 사회의 평가로 인해 자신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다는 "자책하기 쉬운 시기인데 너무 불안해하거나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회에는 제도권이 아니더라도 여러 활동이나 삶을 연결해 꾸려나가는 곳도 있다"고 위로했다.

수능 거부 후 12년…"대학 합격여부가 자기 가치 결정하지 않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