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눈발이 날린 15일 서울 효자로 경복궁 인근은 국내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 서너 명이 한식집 앞에서 사진을 찍는가 하면 통인시장 닭강정집은 대기줄만 30m에 달했다. 한복 대여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3)는 “시위대가 떠나자 매출도 당시보다 50% 이상 뛰었다”며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많이 올 정도로 상권이 살아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집회 1번지’가 효자동 청와대 인근에서 삼각지역으로 이동하며 상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효자동은 동네 특유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더해지며 ‘관광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반면 삼각지역 일대는 시위로 인한 통행 제한 및 소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효자동은 2016년 12월 법원이 청와대 인근 100m까지 집회 및 시위를 허가하면서 대표적인 집회 장소가 됐다. 하지만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시위대가 떠나자 상권이 활기를 되찾았다는 게 상인들의 목소리다. 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3년째 옷가게를 하는 박모씨(51)는 “집회가 많을 땐 대로변도 막고 주민들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아 파리만 날렸는데 지금은 늘 북적인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효자동 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외국인 관광객이 전체 손님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다”며 “주 고객층이 청와대 관계자에서 관광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삼각지역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쟁기념관과 대통령실 인근을 거점으로 벌어지는 시위 때문이다. 화랑집 주인 이모씨(75)는 “지방 손님들은 인근에 주차할 곳이 없어 방문 당일 시위가 있는지 물어보고 찾아올 정도”라며 “대통령실이 없을 때 손님이 10명 왔다면 이제는 5명도 안 온다”고 푸념했다. 인근에 있는 주점은 시위 소음 때문에 겪는 당일 예약 취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장 우모씨(30)는 “주말마다 취소 사유에 ‘시위’라고 적힌 걸 보는데 마음이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