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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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오토바이 유통시 업체들이 1대만 환경 인증 검사를 하면 500대의 인증을 생략해주는 '인증 생략 혜택'이 대폭 축소된다. 수입업체들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배출 가스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환경 기준에 미달하는 오토바이를 대량 유통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환경부는 14일 개별 수입 이륜차의 인증 생략 허용 대수를 축소하고 조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제작자동차 인증 및 검사 방법과 절차 등에 관한 규정’ 개정 고시안을 16일부터 내달 6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25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권고한 ‘수입이륜자동차 시험 및 인증 생략 공정성 제고’를 반영하고,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인증 생략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개별 수입이륜차는 외국의 자동차제작자가 아닌 자로부터 수입된 이륜자동차를 말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륜차 수입사가 이륜차를 국내 유통하기 위해서는 인증시험기관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시험 이륜차로 배출가스 인증시험을 거쳐야 하며, 인증 받은 시험 이륜차와 동일한 제원의 나머지 차량은 통관 시 인증을 생략받을 수 있다.

특히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 등 ‘자동차수입단체에 소속된 회원사’의 경우, 이륜차를 1대만 인증받으면 동일한 제원의 차량을 500대까지 인증 생략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악용한 중국산 이륜차 수입 업체들이 최초 통관 절차에서 1대만 수입해 인증을 받고, 이후 500대를 수입해 인증을 피하는 방식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일부 회사는 시험 차량 1대의 배출가스가 줄어들도록 전자제어장치(ECU)를 조작해 인증을 받고, 배출기준 초과가 의심되는 다른 차량 500대의 인증을 생략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개정 고시안에 따르면 먼저 회원사가 인증 후 1년간 인증을 생략받을 수 있는 개별 수입 이륜차 대수를 현행 500대에서 99대로 줄인다. 또 21대 이상의 이륜차를 동시에 통관시키고 무작위로 선정된 3대 이상의 차량으로 인증시험에 합격한 회원사만 인증 생략 대수 99대를 허용한다. 배출가스가 조작된 차량 1대로 인증받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반면 비회원사의 경우 인증시험에서 배출허용기준의 모든 항목에 대해 배출가스가 기준치의 50% 이하로 배출된 경우 1년간 50대까지 인증 생략을 허용해 회원사-비회원사 간 인증 생략 격차를 줄인다.

회원사가 인증 생략을 받으려는 이륜차가 인증 시험에 합격했던 이륜차와 동일한 제원인지를 확인하는 기관도 바꾼다. 현재 자동차수입단체가 이를 맡고 있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앞으로는 제3의 기관인 한국자동차 환경협회로 확인 기관을 변경해 인증 생략 과정의 공정성·객관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인증 생략이 신청된 이륜차에 대해서도 한국환경공단이 의무적으로 1대 차량을 무작위로 선정해 배출가스 및 소음을 확인하는 시험을 하도록 한다. 또 인증시험 부적합 차량(동일한 제원의 차량 포함)은 인증을 생략 받을 수 없게 해 부적합 차량이 국내에 유통되지 않도록 한다.

이 밖에도 일부 캠핑카가 인증 전에 수입·통관되고, 미인증 상태로 소비자에게 판매된 사례까지 적발되는 등 개별 수입 자동차의 인증 및 인증생략과 관련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선 인증시험에 합격한 자동차의 인증서 발급 전에 수입사가 동일한 제원의 자동차를 수입·통관한 것으로 확인되면 인증 생략의 근거가 되는 인증 절차를 중단한다. 해당 차량이 해외로 반출되거나 폐기된 것이 확인된 경우에만 인증서를 발급한다는 방침이다.

박연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배출가스 기준을 초과하는 수입 이륜차가 국내 유통되지 않도록 인증 생략 제도를 조속히 정상화하겠다”며 “배출가스를 조작한 이륜차로 인증시험을 통과시킨 수입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발 조치하는 등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