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아산 신정호. 호수 주변으로 건축미가 뛰어난 대형 식당·카페가 들어서 있다.  /아산시 제공
하늘에서 본 아산 신정호. 호수 주변으로 건축미가 뛰어난 대형 식당·카페가 들어서 있다. /아산시 제공
충남 아산은 현대자동차, 삼성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이 자리 잡은 경제도시다. 아산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9년 기준 29조원으로 집계됐다. 충남(113조4883억원) 시·군 중 1위다. 하지만 첨단산업도시에 걸맞은 문화·예술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산시가 신정호를 중심으로 문화·예술 행사가 넘쳐나는 ‘아산판 르네상스’ 시대를 선언했다. 시는 신정호 주변을 복합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구축하는 ‘신정호 아트밸리’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11일 밝혔다. 신정호는 1926년 만들어진 인공저수지로 넓게 펼쳐진 구릉지대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도심 속 호수공원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자 주변에 풍경과 어우러진 건축물이 하나둘 생겨났다.

시는 건물에 들어선 카페와 레스토랑을 갤러리로 활용해 아산만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신정호 주변에 들어선 카페와 식당은 갤러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기존 매장이 갤러리를 꾸미기 위해 리모델링하면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화·예술 전시장을 짓지 않아도 아름다운 호수를 중심으로 작은 미술관 수십 곳이 자리한 독창적인 문화·예술 공간이 생긴다.

시는 ‘신정호 아트밸리’를 기반으로 고품격 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국제 비엔날레를 창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국제 비엔날레를 치르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신정호 아트밸리’를 활용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신정호 아트밸리 조성을 위한 올해 첫 행사로 카페 25곳에서 ‘아트밸리 아트페스티벌 100인 100색전’을 열었다. 건축미가 뛰어난 카페를 갤러리로 꾸며 방문객을 위한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활용했다. 카페에는 왕열 노재순 김무호 나얼 조영남 등 국내외 유명 미술작가 103명의 작품 187점을 전시했다. 시 관계자는 “문화와 예술, 생태와 자연, 카페와 그림이 어우러져 방문객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사했다”며 “카페와 지역 작가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내년에는 갤러리 카페를 5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산에 있는 경찰인재개발원도 1700석 규모의 대공연장을 개방하는 등 문화·예술 공간 조성에 힘을 보탰다. 시는 지난달 대공연장에서 ‘제1회 아트밸리 아산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열었다. 국내 정상급 성악가의 오페라 공연 소식에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시는 신정호 아트밸리를 시작으로 내년 지방정원 조성과 2030년 국가정원 등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정원 조성을 위해 내년까지 255억원을 들여 신정호 주변 3만3569㎡에 테마정원(물빛·사계·참여정원)과 수변 전망대를 조성한다.

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