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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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친하게 지낸 친구로부터 결혼식 축의금으로 5000원짜리 3장 총 '1만5000원'을 받았다는 한 직장인의 사연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만5000원을 준 친구의 결혼식 때는 축의금 30만원을 건넸다고 전해 누리꾼들의 공분이 거세졌다.

지난 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축의금 5000원짜리 3장 넣은 친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얼마 전에 결혼식을 올린 호텔리어라고 밝힌 A씨는 "평소 친한 십년지기 친구가 5000원짜리 3장을 봉투에 넣었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5만원짜리 3장 넣는다는 걸 실수한 걸까"라고 되물으면서도 "생각해보면 5000원짜리 3장을 가지고 있기도 조금 어려운 일이고 이걸 (친구에게) 이야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다수 누리꾼은 "에이, 장난친 거겠지"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장난이 아니었다.

A씨는 이날 추가로 1만5000원을 준 친구 B씨와의 대화를 캡처해 올려 후기를 전했다. B씨가 A씨에게 5000원짜리 3장을 넣은 이유는 종이 청첩장이 아닌 '모바일 청첩장'을 줬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대화 내용을 보면 A씨는 B씨에게 "쉬는데 미안하다. 다른 게 아니고 결혼식 날 축의금 5000원짜리로 3장 1만5000원 들어 있던데, 혹시 실수가 있었던 건가 해서…"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러자 B씨는 "실수 아니다"라며 "OO이는 종이로 청첩장 받았다던데, 나한테는 모바일 청첩장 보냈던데 서운하더라"고 대답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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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B씨도 본인의 결혼식 당시 A씨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다고 한다. A씨는 "청첩장을 만들다 보니 회사에 돌릴 수량이 많아져서 몇몇 지인들한테는 모바일 청첩장으로 드렸는데, 그게 화근이었다"며 "B씨 결혼식 때 저도 모바일 청첩장 받고 축의금 30만원 정도 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하게 지낸 지 10년이 넘은 친구인데, 유독 이 친구만 이렇게 반응을 보이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손절하라", "지금 있는 좋은 친구들에게 집중하라", "싸우자는 것", "에너지 낭비해봐야 본인 손해", "30만원 받고 1만5000원을 내다니"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최근 피부로 느껴지는 고물가 탓에 축의금 액수 논란이 빈번히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회사 선배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 5만원을 냈다는 이유로 '한소리'를 들었다는 직장인의 사연이 전해기도 했다.

통계청의 '2022년 3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물가는 3분기 기준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3분기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6으로, 전년 대비 5.9% 상승했다. 지금 5만원과 예전 5만원의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우리나라 축의금 문화의 개선 방향에 대해 "신혼부부는 돈 들 일이 많고, 지금 당장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잘 살아야 한다고 본다"며 "결혼식 당일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는 스몰웨딩으로 가까운 사람들 위주로 충분히 축하하는 방법이 있다. '약간 아는' 사람 전부 다 모아서 돈 들고 오게 하는 건 앞으로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