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활용·교사 역할 변화 등 강조…경쟁교육 심화 우려도

대통령실과 교육부가 5일 디지털 기술 활용 등을 통한 교실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산업시대에 적용됐던 기존의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육개혁 청사진은 '다양성' 보장…"지식 전수는 과거 교육"
현 정부는 그간 노동개혁·연금개혁과 함께 3대 개혁으로 '교육개혁'을 내세워 왔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교육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국가독점 교육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버틸 수 없다"며 교육개혁의 방향이 국가 주도의 획일적 교육이 아닌 학생 개개인에 맞춘 다양성 교육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 특히 교사의 개념이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는 교사의 지식을 학생에게 전수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했다면 지금은 클라우드에 있는 지식을 활용,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돼야 한다"며 "교사 개념도 티처에서 코치, 컨설턴트, 헬퍼 이런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그간 AI 보조교사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 교실 수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핵심 개념을 이해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똑같은 문제를 풀고 똑같은 주제로 토론하는 기존의 교육 방식으로는 학력 격차를 좁히는 것은 물론 모든 학생을 아우르는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획일적인 국가 교육과정에 따라 '진도 빼기'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하는 교사들 역시 개별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과 상담을 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결국 다양한 학습 콘텐츠가 실린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성취도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다면 교사는 교육과정이 정한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학생의 진로·적성을 찾아주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인성교육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콘텐츠와 학습방식, 학교 체제 등이 필요하다.

교육개혁 청사진은 '다양성' 보장…"지식 전수는 과거 교육"
다만, 이런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진보 교육단체를 중심으로는 새 정부의 교육개혁안이 오히려 경쟁교육을 심화시키고 학교를 산업 인재 양성소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좋은교사운동은 논평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이 혁신의 우선순위인지 의문"이라며 "고교·대학 서열체제, 5지 선다형 상대평가 대학 입시 개혁을 하지 않고서는 디지털 신기술과 AI 기반 코스웨어로 한 줄 세우기 입시 경쟁교육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 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업무보고에)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인 대학 서열화와 과잉경쟁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서열화와 과잉경쟁이) '자녀 키우기 너무 힘겨운 대한민국'과 저출생의 핵심 원인인데 윤석열 정부와 이주호 장관의 관심사가 아닌 듯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