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방지 효과는 입증…'부동산 침체기'에 해제 여론 등장
4월 기한 만료되는 압구정·목동 해제여부 논의 3월 시작될 듯
다음은 '거래허가구역 해제?'…서울시에 쏠린 눈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부를 놓고 서울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은 일관된 서울시 입장이지만, 이 제도가 실거주자 중심의 시장 재편에 효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전면적으로 풀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시는 "이제 막 검토하는 단계"라며 말을 아끼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신규 지정을 자제하면서 지정기한 만료를 통해 최소한으로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8월 31일 기준 시 전체 면적의 9.2%에 해당하는 55.99㎢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지정 유형과 지정 만료일로 구분하면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개포·세곡·수서·율현·자곡·일원·대치동, 내곡·신원·염곡·원지·우면·방배·서초·양재) 27.29㎢는 2024년 5월 30일이다.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지역(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14.4㎢는 올해 6월 22일, 양천·영등포·성동·강남 등 주요 재건축 단지 4.57㎢는 올해 4월 26일, 공공재개발후보지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건축·재개발 예정지 2.64㎢는 올해 8월 30일 차례로 만료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직접 거주 또는 운영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다.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일명 '갭투자'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동안 시는 신통기획 사업지 확대 등으로 시내 투기 과열이 우려되는 점을 고려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하는 추세였다.

2021년 4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당시 브리핑에서는 "2020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4개 동의 거래 실태 등을 분석한 결과 주택 가격 안정화와 투기 방지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며 "실거주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자 관련 업계에서 구역 지정 해제에 대한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당시와 달리 지금은 시장 분위기가 침체한 만큼 해제하더라도 투기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거래허가구역 해제?'…서울시에 쏠린 눈
일단 지정기한 만료에 앞서 일괄해제와 같은 전면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란 게 서울시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정기한 만료일이 가장 근접한 목동·강남(4월26일) 등 주요 재건축 단지 밀집 지역이 향후 정책 방향을 판가름할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가 이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하기로 한다면 4월 중순께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를 열어 연장안을 상정해야 한다.

반대로 구역 지정을 해제하기로 한다면 도계위에 안건을 상정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기한 만료에 따라 규제가 풀리는 절차를 밟는다.

통상 만료 1∼2개월 전 논의가 시작되므로 3월께부터 이들 구역의 재연장 여부가 수면 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시는 현재로선 신중한 태도다.

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기 위한 검토를 하는 게 아니고 여러 방법을 놓고 이제 막 논의해보려는 단계"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시 고위 관계자도 "아직 지정기한 만료까지 3개월의 시간이 남았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가수요를 차단하고 실거주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점을 고려해 중앙정부, 자치구 등과 협의하고 주택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강남 등 주요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다면 그간 서울 아파트에 일률적으로 적용됐던 35층 높이 제한이 풀린 것과 맞물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