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의 주요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꿨다. "이번 흥국생명 자금지원 논의 과정에서 태광산업의 퇴행적 지배구조와 위험요소를 확인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펴고자 보유목적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트러스톤운용의 태광산업 지분율은 5.8%다.15일 장 마감 이후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의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변경사유를 두고 "장래 태광산업에 대해 경영권 영향 목적 관련 행위를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면 지체없이 정정공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회사는 공시 이후 별도 입장문을 내고 보유목적 변경이유를 부연했다. 트러스톤운용 측은 "자사의 투자목적 변경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결정이 아니다"면서 "2020년 투자결정 이후 태광산업의 주주로서 경영진과 수차례에 걸친 비공개 면담과 주주서한을 통해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우리 요청은 묵살돼 왔다"고 했다.이어 "이번 흥국생명 자금지원 논의 과정에서도 비록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하긴 했지만 태광산업의 퇴행적 지배구조와 이에 따른 위험요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목적 변경은 태광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기 위함이 아니며, 기관투자가이자 주요주주로서 태광산업과 시장과의 소통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외부에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한편 최근 트러스톤운용은 입장문을 내거나 내용증명 발송 사실을 공개하는 등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압박해 왔다.주된 지적은 태광산업이 흥국생명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흥국생명의 최대 주주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지분 56.3%)이다. 나머지 지분도 전부 이 전 회장의 친족이나 태광그룹 계열사가 보유 중이다. 때문에 이 전 회장 개인이 흥국생명의 대주주이자 태광산업의 대주주일 뿐, 지분상으로 무관한 회사가 유증에 참여할 이유가 무엇이느냐는 비판이 나왔다.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이 증자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지난 9일 즉각 입장문을 내고 "최근 흥국생명의 유동성 리스크에 따라 흥국생명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는 흥국생명의 주주가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유증 참여는 대주주가 독식하고 위기상황만 소수 주주와 공유하겠다는 발상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지난 13일엔 태광산업 이사진에 '대주주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 있다.트러스톤운용 등의 행보를 의식한 탓인지, 태광산업은 결국 증자 계획을 접었다. 태광산업은 전일 장 마감 이후 "흥국생명 전환우선주 인수에 관해 검토했지만, 이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아울러 이날 흥국생명도 이사회를 통해 28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주주행동주의'가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영향력을 발휘했다. 당초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던 태광산업이 증자 불참을 공식화하면서다.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행동주의 펀드의 경고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다.14일 오후 6시께 태광그룹 섬유·석유화학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전환우선주 인수에 관해 검토했지만, 이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흥국생명 4000억원 유상증자 참여 추진 보도'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이다.동시에 흥국생명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28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이번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전환우선주 297만주다. 전환우선주란 다른 종류의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우선주로, 흥국생명 신주 배정자는 10년 내에 보통주와 일대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흥국생명은 소속그룹인 태광그룹 계열사를 신주 배정자로 지정, 오는 29일까지 유상증자 자금을 수혈하겠단 방침이다.이날 태광산업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입장을 부연했다. 회사는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기여하고 현재 보유 중인 가용자금을 활용한 안정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흥국생명 전환우선주 인수를 검토했다"며 "하지만 상장사로서 기존사업 혁신과 신사업 개척에 집중하기 위해 이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덧붙여 회사는 일부에서 제기된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 인수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회사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대한 철저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내부역량 강화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섬과 동시에 적극적인 투자로 향후 지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한편 그간 적극적으로 태광산업의 증자 참여를 반대해 온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 같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비쳤다. 앞서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이 증자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지난 9일 즉각 입장문을 내고 "최근 흥국생명의 유동성 리스크에 따라 흥국생명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는 흥국생명의 주주가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유증 참여는 대주주가 독식하고 위기상황만 소수 주주와 공유하겠다는 발상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3일엔 태광산업 이사진에 '대주주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다.이성원 트러스톤운용 부사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흥국생명이 태광산업을 뺀 비상장사 중심으로 흥국생명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은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면서도 태광산업 주주들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 나름 절충적인 방안이라 생각된다"며 "이 점을 높이 평가하고 현명한 결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우리가 주주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면 증자는 현실화했을 것"이라며 "우리의 개입으로 기업이 더 고심해서 보다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트러스톤자산운용은 13일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태광산업 이사진에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밝혔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은 흥국생명은 4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이날 열릴 예정이던 이사회를 하루 연기했다.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이 전 회장 일가와 대한화섬 등 관계사가 보유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 지분율이 29.48%, 일가와 특수관계자를 합치면 54.53%다.태광산업 지분 5.8%를 보유한 행동주의 자산운용사 트러스톤은 유상증자에 반대하고 있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회사보다 이 전 회장의 개인 이익을 고려한 것”이라며 “태광산업 일반 주주의 이익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흥국생명은 사실상 그룹 오너의 개인 회사인데, 왜 흥국생명 주식이 한 주도 없는 태광산업이 돈을 수혈해주느냐는 것이다.트러스톤 관계자는 “14일 태광산업 이사회에서 흥국생명 유상증자 안건이 논의될 예정으로 안다”며 “승인될 것에 대비해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무효 확인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트러스톤은 이번 유상증자가 상법이 금지하는 신용공여 행위라고 주장했다. 상법은 상장사가 지분 10% 이상 주요 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자금 지원 성격으로 증권을 매입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찬성한 이사는 주주대표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묻는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태광산업이 제3자가 인수하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하면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