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이 맡던 업무를 1명이…코로나19로 위기 맞은 HR조직
다른 회사의 HR 조직은 어떻게 운용이 되고 있을까. 우리 회사에서 우리 조직의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대부분 인사담당자들의 궁금증입니다.

김영빈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기업 인적자원개발과 교육훈련 동향'에는 코로나19 전후로 기업의 HR 운용 현황이 담겨 있어서 참고가 됩니다. 제조업, 금융업, 비금융업 기업 약 456개가 조사 대상이었으며, 2020년과 2021년 조사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수행됐습니다.

◆HR업무 담당 임원 숫자 크게 줄어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HR전담 조직을 두는 경향이 있고, 그 안에서도 규모가 클수록 HRM·HRD·노사관계 업무를 별도의 팀으로 나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무의 중요성 탓인지 HR 업무는 사원보다는 주로 과·부장급과 임원에게 맡기는 경향도 눈에 띕니다.
10명이 맡던 업무를 1명이…코로나19로 위기 맞은 HR조직
먼저 "HR업무 전담조직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020년 314개(68.9%)에서 315개로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업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91.3%), 제조업은 HR전담 조직이 있는 비율이 62.2%에 그쳤습니다. 아무래도 사무직 분야에서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더 두드러지는 모양새였습니다.

HR전담 조직이 있는 기업의 경우 HRM, HRD, 노사관계 업무를 동일한 팀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약 80%에 이르렀습니다. '생산'을 하는 업무가 아니다 보니 규모를 키우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별도 팀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근로자 수 20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세 업무를 각각 별도 팀에서 담당하는 비율이 75%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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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기업들의 HR업무 담당자를 직급별로 분석한 결과, 과·부장급이 가장 많았습니다. 2020년도에는 특이하게도 사원·대리보다 임원의 숫자가 더 많은 점이 눈에 띕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HR담당 임원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 점이 눈에 띕니다. 1000인~1999인 사업장에서는 임원이 평균 4.4명이었지만, 2021년도에는 0.6명으로 감소했습니다. 한명의 임원이 HR 외의 다른 업무도 겸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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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 이상 사업장에서는 2020년 10.0명에서 2021년 0.9명으로 대폭 줄어든 점에 눈에 띕니다.

◆인담자 괴롭히는 것은 "재정 위기로 인한 예산 부족"

1인당 연평균 교육훈련 시간은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교육 훈련비는 전체적으로 감소했습니다. 특히 교육훈련비 중 '직접 경비'는 500만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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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융업의 교육 훈련비는 타 산업에 비해 1400만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교육·훈련비부터 줄여나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1000~1999인 미만 사업장의 교육 훈련비도 1500만원이나 줄어 하락 폭이 가장 컸습니다.

지난해 총인건비 대비 교육훈련비 비중도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2020년에 비해 조금씩 줄었습니다. 1000인~1999인 기업의 인건비 대비 교육훈련비는 0.65%에서 0.61%로, 2000인 이상 기업은 0.84%에서 0.82%로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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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인건비 대비 교육훈련비의 비중은 기업의 규모가 높을수록 컸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인사담당자들이 인적자원개발을 추진할 때 가장 애먹는 부분은 뭘까요. 이에 대한 어려움을 점수로 분석한 결과, '인력 부족으로 인한 교육훈련 인원 차출' 어려움이 2년 연속 최고 점수를 차지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교육을 시행할 HRD전문가 부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두 항목에서 느끼는 '부정적 인식'도 소폭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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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것은 '부정적 인식'의 증가는 '매출액 감소로 인한 교육훈련 예산 부족' 부문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와 경기 악화가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 감소로 연결됐다는 점이 입증된 셈입니다.

코로나19에 이어 경기 악화까지 맞이하면서, HR조직이 맞이한 위기는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인적자원개발은 기업의 미래가치와 연결되는 만큼, 새해에는 그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듯합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