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인 두 학생은 비결로 ‘꾸준함’을 손꼽았다. 현대청운고등학교 3학년 권하은(18)양은 코로나 탓에 주말 외출이 금지돼 학원에 다니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학생들과 특별히 다르게 공부한 것은 없다면서 “문제집을 많이 푼 정도였다”고 했다.권양은 “어려운 국어는 틀린 문제를 반복해서 풀었고 과학탐구는 새로운 유형, 다양한 문제를 찾아서 풀었다”고 말했다. 대신 부족한 과목은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기숙사 학교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주변 친구들의 분위기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권양은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아 다들 열심히 공부했다”며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힘을 낼 때가 많았다”고 했다.현대청운고 교사는 “하은이는 꾸준히 열심히 공부해왔다”며 “한마디로 공부하는 시간을 잘 확보하는 학생이었다”고 했다.포항제철고 3학년 최수혁(18)군 역시 공부 비결을 묻자 “굳이 말하자면 꾸준히 공부한 것 정도다. 고교 3년 내내 자습실에 거의 빠지지 않고 나왔다”고 말했다.중학교 때까지는 과외수업을 받기도 했지만, 고교 입학 후에는 영어학원을 조금 다녔을 뿐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 학교에 머물렀다는 최군은 학교 수업과 방과후학교, 야간자습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최군은 “만점 받고 싶다는 생각 없이 부담 없이 시험을 쳤다”며 “그 덕분에 만점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포항공대 교수인 최군의 부친은 그의 공부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전업주부인 어머니도 중학교 졸업 이후엔 간섭하지 않았다고.두 학생은 모두 의대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양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호흡기가 좋지 않아 자주 병원 신세를 졌다”며 “의사 선생님들을 보고 나도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군은 “종양내과에 관심이 있어서 의대에 지원하기는 했지만 특별한 지원 계기라고 말할 것은 없다”며 “의대에 가더라도 폭이 넓으니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이번 수능에선 '현역'인 고3학생 두 사람과 재수생 1명까지 총 3명의 만점자가 나왔다.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포항제철고와 울산 현대청운고에서 만점자가 각각 나왔다. 만점을 받은 이들의 공통점은 과외보다 학교 자습실을 지키며 스스로 꾸준히 공부한 것이었다.권하은 양(18·현대청운고 3학년·왼쪽)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제집을 많이 푼 정도였다”며 “어려운 국어는 틀린 문제를 반복해서 풀었고 과학탐구는 새로운 유형, 다양한 문제를 찾아서 풀었다”고 말했다.권양은 “한 문제, 한 문제 맞혀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수능에 집중했다”며 “시험 당일 당황하지 않으려 노력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권양은 학교 기숙사에서 고교 생활을 보냈다. 코로나19 탓에 주말에도 외출이 금지돼 학원에 다니지 못했다. 권양은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는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고민을 상담하면서 날려버렸다고 한다.고교에 입학한 뒤 2학년 때까지 노래 동아리 활동을 했기에, 갑갑할 때면 가끔 피아노실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권양은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의대에 지원했다.최수혁 군(18·포항제철고 3학년·오른쪽)도 만점 비결을 묻자 “굳이 말하자면 꾸준히 공부한 것 정도”라며 “고교 3년 내내 자습실에 거의 안 빠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최군은 8세 때 부모를 따라 1년 정도 미국에 살았던 것을 제외하면 줄곧 포항에서 자랐다.포스코교육재단 산하인 포항제철유치원, 포항제철서초교, 포항제철중을 졸업했고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인 포항제철고에 입학했다.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하기는 했지만 7등으로 졸업해 늘 1등을 도맡아 하지는 않았다. 고교 입학 후에는 영어학원을 조금 다녔고 인터넷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고교 때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 학교에 머물며 학교 수업과 방과후학교, 야간자습에 충실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모의고사 때 만점을 받은 적이 한 번 있었지만 1~4개씩 틀려 만점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 “기대를 안 했고 만점 받고 싶다는 생각도 없이 시험을 쳤다. 그 덕분에 만점을 받은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지구과학 20번 문제가 가장 어려웠는데 운이 좋게 맞혔다고 했다.좋아하는 과목을 묻자 최군은 “특별히 좋아한 과목은 없었다”며 “수학을 잘하기는 했지만 좋아서 하지는 않았고 그나마 수학을 잘해서 그 시간에 다른 과목에 투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별다른 취미가 없고 그나마 남는 시간에 유튜브의 여러 채널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했다.수시에 6개 대학 의대에 지원한 그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군은 “종양내과에 관심이 있어서 의대에 지원하기는 했지만 특별한 지원 계기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며 “의대에 가더라도 폭이 넓으니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최근 미국의 수능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에서는 2023년엔 해외지역, 2024년엔 미국지역의 모든 시험을 전면 디지털 SAT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시험을 보게 된다.디지털 SAT는 종이 시험지 배달이 불필요하므로, 추후에는 시험날짜를 현재보다 늘려서 학생의 응시기회를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수능이 지난 30년 동안 연 1회 일제고사식 지필검사를 유지해 온 것과 비교하면, 미국 SAT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는 것이다.디지털 SAT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컴퓨터 적응검사(Computer Adaptive Testing)가 도입된다는 점이다. CAT는 수험생 개인별 난이도 수준에 맞는 문제가 자동출제되는 방식으로, 수험생 능력에 대한 측정이 가장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검사이다. 제한된 문항으로 구성된 지필검사를 50여만명의 수험생이 동일하게 치르는 우리 수능 상황과 비교하면, 디지털 SAT는 훨씬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이다. 또한 디지털 SAT에서는 멀티미디어형 문항이 가능하므로, 정답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과정에 대한 정보수집 및 평가가 가능한 문항 도입도 기대할 수 있다.CAT는 1975년 미 해군연구소 세미나에서 최초로 언급되었다. 이후 CAT의 평가적 장점과 지필검사와의 동등성 검증 연구가 일반화되고, 1990년대 컴퓨터가 발달되면서 미국의 많은 기관들이 CAT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임상병리학회 자격시험, 미국간호사협회 자격시험, ETS의 GRE와 GMAT 등이 대표적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교수학습과정과 연계하여 CAT 성취도검사를 활발하게 시행해왔다. 이제는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수능의 4배에 달하는 200만명이 응시하는 초대형 검사인 SAT에까지 CAT를 도입하게 되었으니, 수년 내 미국의 거의 모든 검사가 CAT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는 1993년 SAT를 벤치마킹한 현재의 수능 중심으로 대입방식이 크게 변화했다. 이때 출제방식은, 문제은행식 출제의 난점인 문항유출에의 두려움 때문에 과거의 출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다. 지난 30년 동안에도 합숙형 출제방식은 변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때그때 여러 교과목이 추가되면서 과거 학력고사로 퇴화하는 기형적 변화가 이어져왔다. 고등학교 3년 과정을 일회성 시험으로 평가하는 일제고사 체제가 유지되면서 수능점수의 불안정성은 계속되고, 재수 3수의 선택으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한다. 30년 동안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 수험생에게 응시기회를 다양하게 주는 것은 이미 국제적인 추세이다. 프랑스도 2021년 바칼로레아 개혁에서 고3때 일주일간 치르던 시험을, 고2~3학년 동안 과목별로 분산하여 치르는 획기적 변화를 도입했다.SAT도 무결점의 시험이 아니다. 수많은 논란과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그러나 문제은행식 출제 기반에서, 다양한 실험과 측정학적 분석을 통해 현재까지 발전해 온 것이다. 현재 우리와 같은 합숙형 출제에서는 진화가 불가능하다. 고교학점제나 선택형 교육과정 도입 등 교육과정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수능 변화를 꾀하기도 쉽지 않다.일회성 시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체제에서는 수험생 부담도 과중하고, 당일 컨디션 등 평가외적 요소의 개입을 차단하기 어렵다. 수능을 연 5~6회 시행하여 복수의 응시기회를 부여하고 연령제한 및 응시횟수 제한을 없애야 한다. 고등학교 3년 과정을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하고, 실패하면 1년을 기다렸다 다시 시험을 보는 현 체제가, 과연 IT가 고도로 발달한 현 디지털사회에 부합하는 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SAT에 첨단검사방식인 CAT 도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미래에 또다른 변화가 가능하다는 유연성을 보여준다. SAT는 진화 진행형이다.채선희 중앙대 교육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