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 지린다' '쓰레기 아들 낳아…' 등 선정적 표현 난무

매년 학생·학부모의 수업 만족도를 조사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가 교사에 대한 성희롱·인신공격 수단으로 전락한 사례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개된 사례 중에는 학생이 교사를 향해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선정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으로 공격하는 글들도 적지 않아 교권 추락의 또 하나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성희롱·인신공격 게시판 된 교원평가…또한번 멍드는 교사들
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사들로부터 교원평가 서술형 문항에 부적절한 글을 적은 사례를 캡처한 화면을 제보받았다.

전교조가 공개한 사례에는 '화장이 줄어드니까 급식 맛이 좋아졌네요', '몸매가 지린다' 등 여성 교사의 외모를 언급한 글이 적지 않았고, '난쟁이 새X' 등의 표현도 눈에 띄었다.

성희롱·인신공격 게시판 된 교원평가…또한번 멍드는 교사들
한 학생은 '넌 가 스ㅁ(가슴) 없어서 XX지도 않아'라고 적으면서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을 이어갔다.

다른 학생은 'XX할 때 어떻게 하는지 실제로 실습해 주세요'라며 여러 문장에 걸쳐 노골적인 성희롱을 했다.

'개 같은 XX' 등 원색적인 욕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교육부가 부적절한 단어를 걸러내기 위해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들은 글자마다 띄어쓰기를 하거나 단어 중간에 숫자를 끼워 넣는 등의 방식으로 피해갔다.

또 다른 학생은 '꼴패미 쓰레기 아들 낳아서 장애인 만들꺼가 한눈에 보임 아들 XX XX 불쌍해짐'이라고 쓰는 등 교사의 자녀를 들먹였다.

욕설은 없지만 인신공격성 표현을 쓰는 경우도 많았다.

한 학생은 '지방대 출신이 운 좋게 선생돼서 그런가 진짜 뭐 아는 것도 없고 시키는 것만 잔뜩..'이라며 교사의 학벌을 공격 소재로 삼았고, 다른 학생은 '잘 좀 하자 응? 천한 인격 적당히 드러내고'라고 적었다.

교사들은 교원평가 가운데서도 서술형 문항이 학생·학부모가 합법적으로 교사에게 '막말'을 할 수 있는 게시판처럼 변질됐다고 성토하고 있다.

학교와 교육청이 평가의 익명성 때문에 이런 사례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교사는 별다른 대책 없이 자신을 성희롱하고 인신공격한 학생들 앞에서 다시 수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최근 학생의 교사 폭행, 조롱 등 교권 추락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학생에 국한된 문제일지라도 교원평가 역시 교사들이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셈이다.

성희롱·인신공격 게시판 된 교원평가…또한번 멍드는 교사들
전교조는 "가해 학생에 대한 조사와 응당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어떤 메시지로 읽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교사가) 심각한 성희롱, 인격모독을 당하고도 그저 참고 견디며 알아서 해결하는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교원평가의 애초 취지를 고려해 평가 자체는 유지하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이모씨는 "공개된 내용들이 상당히 충격적"이라며 "하지만 교원평가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서술형 평가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육부도 교원평가가 학교 교육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의견 제시, 교원의 자기성찰 유도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술형 문항 작성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2021년부터 동료교원평가 제외, 평가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왔다"며 "향후 서술형 문항 필터링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개선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