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본 벨포레 리조트. 벨포레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숲’이란 뜻이다. /증평군 제공
하늘에서 내려다본 벨포레 리조트. 벨포레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숲’이란 뜻이다. /증평군 제공
해발 598m의 충북 증평 두타산 북쪽 사면(斜面)을 거슬러 벼루재를 넘으면 거짓말처럼 별세상이 펼쳐진다. 여의도 면적만 한 330만㎡의 땅에 ‘세상의 거의 모든 놀거리’가 모여 있다. 18홀 규모의 대중제 골프장, 2.9㎞ 길이의 루지, 제트보트와 요트가 떠 있는 마리나클럽, 사계절 썰매장, 양떼 목장, 5개 동의 콘도미니엄 등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세계적인 모터 스포츠 중 하나인 국제카트대회를 개최할 ‘모토 아레나’도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스마트 관광 ‘실험’

"벨포레의 기적"…관광메카 된 증평
충북 사람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역사(役事)를 ‘벨포레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관광 불모지로 불렸던 증평을 충북 관광의 메카로 바꿔놓고 있어서다. 3대를 아우르는 전천후 플레이그라운드벨포레를 운영하는 법인인 블랙스톤에듀팜리조트의 원성역 대표(사진)는 지난 5일 인터뷰에서 “대기업도 포기한 사업을 중소기업이 완수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벨포레가 들어선 부지는 2009년 증평에듀팜특구로 지정받았지만, 오랫동안 개발자를 찾지 못해 공지로 있었다.

제주와 이천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블랙스톤리조트가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은 2016년이다. 총 2679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착공한 지 1년6개월 만인 2019년 6월 부분 개장했다. 원 대표는 “현재 준공률은 75% 수준”이라며 “2024년 말 100% 준공 예정”이라고 말했다.

벨포레가 그리는 미래에 대해 원 대표는 “스마트 관광 구현”이라고 설명했다. 원 대표는 “지방 도시에서 사람을 구하는 일 자체가 힘들다”며 “대안으로 생각해낸 게 스마트 관광”이라고 말했다. 벨포레는 KT와 협력해 자율 배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객실에서 주문하면 리조트 내 식당과 카페에서 음식을 로봇이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원 대표는 “이미 디지털 맵(지도)을 거의 완성했다”며 “내년 초쯤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증평 산업단지에 있는 철도 차량, 전기버스 제조 전문기업인 우진산전과는 리조트를 운행할 자율주행 카트를 개발 중이다.

내년 카트 경주 코스도 문 열어

원 대표의 꿈은 좀 더 멀리 뻗어 있다. 벨포레를 스마트 시티를 위한 작은 실험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리조트에서 구현한 각종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서비스를 모듈화하면 스마트 관광을 넘어 스마트 시티라는 거대한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포레가 기존 리조트 사업자와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원 대표의 특이한 이력 덕분이다. 그는 블랙스톤에듀팜리조트 대표이자, 반도체 부품 강소기업인 대원산업의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대표도 겸직한다.

대원산업은 반도체 포장 자재인 IC 시핑 트레이를 개발·제조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016억원에 영업이익 104억원을 거뒀다. 인텔 수요의 90%가량을 대원산업이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사다. 요즘 원 대표의 최대 관심사는 모토 아레나다. 내년에 국제카트대회 시범 경기도 개최할 예정이다.

증평=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