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기 해제 의사를 밝힌 것은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여권에서 급격하게 번지고 있는 논란 때문이다. 대전시와 충청남도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독자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다 여권 일부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자체와 정치권, 여론에 떠밀려 방역정책이 결정되는 모양새가 됐다. ‘과학방역’을 내세웠던 정부로서는 “오판 및 실기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지자체發 ‘노마스크’ 움직임

지자체·여론에 떠밀린 '실내 NO 마스크'
물꼬를 튼 건 대전시다. 대전시는 다음달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 충청남도도 가세하며 불을 붙였다. 충청남도 역시 중앙정부 결정과 상관없이 해제를 강행하겠다고 했다.

여권에서도 실내 마스크 해제에 힘을 실었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하태경 의원 등은 SNS를 통해 “이들 지자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여당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대전시와 충청남도가 실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려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주민 불편만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것인데,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면서 대화할 때는 마스크를 벗었다가 계산하러 갈 때 다시 마스크를 쓰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는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마스크 착용의 실익이 별로 없고 언어 발달에 미치는 악영향만 크다는 연구 결과도 근거로 들었다.

세계 주요 국가 중 실내 마스크 전면 의무화를 유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올초 오미크론 대유행이 지나간 뒤 대부분 마스크를 벗었다. 의료시설이나 대중교통 등 특정 장소에만 착용 의무를 남겨놓은 정도다.

국민 피로감 누적…실효성 의문

실내 마스크 착용은 확진자 격리와 함께 마지막 남은 방역 카드다. 그동안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일단 겨울철 재유행 안정화를 지켜본 뒤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단일 방역망’이 중요하며 지자체도 이에 협조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인 겨울철을 맞아 실내 마스크까지 해제할 경우 코로나와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은 겨울철 유행을 안전하게 넘기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호흡기 감염병 유행으로 중환자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는 너무 이른 판단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감당해야 할 지역 의료기관과도 의견을 교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해 “해외에서는 이미 안착한 네거티브 규제인데 우리는 너무 지체됐다”며 “고위험군이나 감염 취약시설 등 제한적 범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