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윗선의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지시가 있었는데도 지하철 구간을 관리하는 현장 책임자가 이를 무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5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따르면 이권수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이 지난 10월 29일 사고 당일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상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동묘영업사업소장은 이태원역이 포함된 서울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봉화산역 구간을 관리·감독한다. 특수본은 이 소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이 소장이 상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참사 당시 이태원 인근에 사람이 더 모여들어 인명피해가 커졌다고 판단했다. 참사 직전 4시간 동안 4만3000여 명이 이태원역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1주일 전인 10월 22일보다 4~5배 많은 인원이 몰렸고, 이에 대한 윗선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이 소장은 무정차 통과를 지시하지 않은 것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4시간 동안 4만 명이 넘는 인파가 이태원역 1, 2번 출구를 통해 대부분 쏟아져나왔다”며 “이런 부분이 사고 장소에 인파가 밀집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당일 이태원역에서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현장에 나와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영업사업소 예규에 따르면 승객 폭주와 소요사태, 이례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이 종합관제센터에 상황을 보고하고 무정차 통과를 요청할 수 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