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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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주식을 매도하라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직후 김건희 여사의 계좌에서 실제 거래가 이뤄졌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검찰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도이치모터스 권오수(64) 전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주가조작 관련자들의 문자메시지와 김 여사 계좌의 주식 거래 기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이하 블랙펄) 임원 민모 씨(구속)와 '주가조작 선수'인 전직 증권사 직원 김모 씨(구속기소)는 2010년 10∼11월 여러 차례 주가조작을 공모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씨는 그해 11월 1일 문자메시지로 민씨에게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줘'라고 요구하고 민씨는 '준비시킬게요'라고 답장한다. 이후 김씨는 '매도하라 해'라고 다시 메시지를 보낸다.

김씨와 민씨가 이 같은 메시지를 주고받은 지 7초가 지난 뒤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실제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이 밖에도 10∼11월 김씨와 민씨 사이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직후 김 여사 계좌에서 주문이 나온 사례는 몇 차례 더 확인됐다. 김 여사의 여러 증권사 계좌가 거래에 쓰였고 어머니 최모 씨 명의 계좌로도 주문한 기록이 나왔다.

민씨는 김 여사의 계좌에서 주문이 이뤄지게 된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기록들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민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공개됐다. 다만 민씨는 자신이 '선수' 김씨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지 10년이 넘게 지나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통정매매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권 전 회장은 김씨를 비롯한 주가조작 선수들, 투자자문사 블랙펄 등과 짜고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통정매매 수법으로 2000원대였던 주가를 약 8000원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